▲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불법파견 인정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금속노조(위원장 박상철)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3대 투쟁현안을 내걸고 대규모 상경투쟁을 벌였다.

노조는 지난 9일 오후 4시께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정몽구 회장 결단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현대차 경영진들에게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이번 상경투쟁은 쌍용차·유성기업 등 고공농성 등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사업장을 돌며 1박2일간 진행됐다. 집회 내내 폭설과 한파가 몰아쳤지만 상경집회에 참여한 2천여명의 노조 확대간부와 조합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정몽구가 결단하라”=노조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올해 5월부터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12차례의 특별교섭을 벌였다. 사측은 상경집회 전에 열린 교섭에서도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에서 현대차 정규직이란 판정을 받은 최병승씨 등은 불법파견 인정과 정몽구 회장 구속 등을 요구하며 울산 현대차 공장 앞 송전탑에 올라 50일 이상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상철 위원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우리가 노조를 만든 것은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서인데, 자본과 권력가들은 노조 내에 또 다른 불평등인 비정규직을 만들어 냈다”며 “아무리 자본의 힘이 세다 해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는 만큼 정몽구는 병풍 뒤에 숨지 말고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오는 1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내년 1월 총파업 돌입을 결의한다. 총파업의 목표는 △(현대차)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 △(유성기업) 민주노조 기획탄압과 노조파괴 저지다. 박 위원장은 “싸워야, 울어야, 다퉈야 자본은 우리 얘기를 들어준다”며 “싸우고 죽더라도 반드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자”고 강조했다.

문용문 현대차지부장은 “정몽구와 현대차 경영진에게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르라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지 묻고 싶다”며 “비정규직은 우리 노동자들의 문제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 나아가 우리 자식들의 미래인 만큼 투쟁으로 반드시 철폐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 현대차 고공농성장을 지키며 현대차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투쟁의 선두에 서 있는 당사자들은 산별 차원의 지원·연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회는 이날 하루 전면파업 벌였고, 1천700여명의 조합원 중 700여명이 상경투쟁에 결합했다. 박현제 현대차비정규직지회장은 “금속노조 확대간부 여러분들과 한 공장에서 안에서 어깨 겯고 싸워 주는 현대차지부의 지원에 감사드린다”며 “8년 동안 불법파견을 서슴지 않았던 정몽구로부터 사과와 정규직 전환을 이끌어 내기 위해 더욱 힘차게 연대하자”고 말했다.

◇쌍용차·유성기업 찍고 다시 서울로=노조 확대간부와 조합원들은 양재동 집회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이동해 오후 9시께 쌍용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 아래에 다시 모였다.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 등은 지난달 20일부터 평택공장 송전탑 위에 올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상경투쟁단들은 이곳에서 시민·사회단체와 결합해 1시간가량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쌍용차 국정감사 실시하라”, “쌍용차는 해고자 전원에 대한 원직복직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상경투쟁단과 참가자들은 송전탑 앞 도로 갓길과 쌍용차지부 노조사무실 인근에 설치된 천막에서 잠을 청한 뒤 다음날 오전 9시께 같은 장소에 모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후 상경투쟁단은 유성기업 아산공장 정문 앞 굴다리 아래로 이동했다. 홍종인 유성기업아산지회장은 지난 10월21일부터 목에 쇠사슬을 걸고 사측에 노조파괴에 대한 사과와 교섭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유성기업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기존의 노조를 파괴하고 어용노조 설립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상경투쟁단은 이날 유성기업에 △노조파괴 인정 △노사교섭 재개 △해고자 복직 △어용노조 해산 등을 촉구하며 홍 지회장과 연대투쟁을 벌였다. 상경투쟁단은 오후 4시께 서울로 다시 복귀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민중대회에 참여했다.

노조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3대 투쟁현안은 한국사회 노동문제의 핵심과제이며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야당의 지지입장 표명에도 문제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내년 1월 총파업 준비를 위한 내부 조직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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