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조

"앞으로 매년 1천여명이 정년퇴임을 맞습니다. 10년 뒤인 2022년까지 1만여명이 은퇴해요. 현대중공업 1세대는 사실상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되는 겁니다. 문제는 정작 퇴직자 대부분이 은퇴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는 점이지요."

지난 7일 울산 현대중공업 인재교육원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김진필(50·사진)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정년 이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명예롭고 행복하게 은퇴를 할 수 있도록 노조가 함께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부분 노조가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데 현대중노조는 정년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 퇴직자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한 계기가 뭔가.

"우연한 기회였다. 지난해 노조 노동문화정책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정년퇴직 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예상보다 은퇴로 인한 고민이 너무 많았다. 정년을 연장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년을 앞둔 조합원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니 노후준비를 했다는 응답이 겨우 5%에 불과했다. 전후세대인 퇴직자들은 벌어 놓은 돈을 대부분 자녀교육에 투자했다. 자녀 결혼 이후까지 뒷바라지를 하다 보니 본인이 은퇴 이후 쓸 자금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퇴직자 지원프로그램은 정부나 회사가 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노조가 체계적으로 해 보자고 나선 것이다."

- 올해 60세로 (선택적) 정년연장을 했는데, 젊은 세대 조합원과의 세대갈등은 없나.

"지난해 900여명이 퇴직했는데, 8명만 은퇴하고 나머지는 계약직으로 계속 일하고 있다. 퇴직 이후 계약직으로 일하는 선배들을 보면 30~40년을 일했는데도 전혀 대우를 받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래서 본인이 원하면 60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선택적 정년연장 제도를 도입했다. 정년이 늘어 올해는 퇴직자가 한 명도 없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인력(경력직 포함)은 1천400명이 넘는다. 젊은 조합원들은 자녀교육이나 주거지원을 더 확대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정년연장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지만 특별히 세대갈등으로 표출되는 문제는 없다.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연령대별 요구사항을 조화롭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에게도 학자금·의료비 지원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하라고 요구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규직노조가 회사에 사내하청 관련 요구를 할 수 있지만 합의 주체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생각한다. (원청 노사의 합의안을) 이해당사자인 협력업체나 사내하청노조가 수용하면 괜찮은데 수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사내하청의 임금과 복지, 성과와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회사에 요구할 생각이다. 조만간 4분기 노사협의회를 개최하는데 사내하청 성과급에 대한 부분을 논의하기로 했다. 회사가 경영능력을 제고해 가능한 최대치를 지급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지난해 연말에도 회사에 압박을 넣어 사내하청 성과급을 근속연수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지급했다. 예전에 현장순회를 하면서 하청노동자와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어도 '저는 (조합원이) 아닌데요' 하며 피해 가슴이 아팠다. 이제 그런 일은 없다. 산재은폐를 비롯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규직이 먼저 손을 내밀겠다."

-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 그룹사 노조 간 모임이 활발하다. 어떤 조직적 전망을 갖고 있나.

"단위 사업장 조합원의 삶의 질 개선에 노동조합의 일차적 목표가 있겠지만 그룹사나 제조업, 같은 생활권역의 노동자와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조합원들이 건강검진을 할 때 더 적합한 항목을 검사할 수 있도록 울산대병원노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대중에 물량을 공급하는 회사에 고용문제가 발생하면 현중노조가 지원방안을 찾아볼 수도 있다. 서로 교류를 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것은 아니다. 확대해석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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