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NH농협지부(위원장 허권)가 회장실 점거농성을 벌인 끝에 농협중앙회의 농협은행에 대한 인사 개입을 차단했다.

지부는 6일 “회장실 점거 등 거센 투쟁을 전개한 끝에 지역본부장 명칭 변경을 시도하던 농협중앙회의 계획을 철회시켰다”고 밝혔다. 지부에 따르면 최근 농협중앙회는 일부 이사조합장의 요구에 따라 농협은행 지역본부장의 명칭을 금융부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부는 이 사실을 접한 지난 4일 오후부터 서울 충무로1가 농협중앙회 본점에 있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집무실을 기습 점거하고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지부가 반발한 이유는 명칭이 변경될 경우 영업본부장의 지위가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농협중앙회가 농협은행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지부는 “본부장을 부장으로 변경하는 것은 직급상 변화는 없지만 엄연히 신분을 격하시키는 것”이라며 “이사조합장들이 영업본부장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이들을 자신의 수하에 두기 위해 명칭 변경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부는 특히 올해 3월 신용·경제사업 분리 이후 농협은행이 별도법인으로 편제된 만큼 농협중앙회의 이번 시도가 경영간섭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부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지자 농협중앙회는 지역본부장 명칭 변경 계획을 재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농협중앙회는 이날 오전 지부에 협상을 제안했다. 농협중앙회는 회장실 점거를 풀 경우 지역본부장 직함 변경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고, 지부는 이를 수용했다. 양측은 총 18명의 지역본부장에게 금융부장 대신 부은행장보 직함을 부여하는 것에 합의했다.

지부 관계자는 “10일 열리는 농협은행 이사회에서 농협중앙회의 약속이 지켜지는지 주시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보충교섭에서 지역본부장 명칭 변경과 관련한 추가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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