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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에서 벌이는 해괴한 파업유도(?) 작전김기범 공인노무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김기범
공인노무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주지하는 바와 같이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정부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고,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공공기관 임금교섭에서 정부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논쟁이 되고 있다.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임금을 비롯한 노동조건이 사실상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에게도 헌법상 노동3권은 보장되기에 이론상 노동조합을 결성해 사측과의 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정부가 행사하는 다양한 형태의 임금통제에 갇혀 정부가 제시하는 임금인상 가이드라인 내에서 임금인상률 등이 결정되고 있다.

정부의 통제는 이러한 사전적 통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른바 공공기관 경영평가나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이뤄지는 사후적 통제 역시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경영평가는 성과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 역시 당장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임금과 관련한 법률적 쟁점이 발생하더라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심지어 필자는 산재사건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경영평가 때문에 조합원 산재사건에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비극적인 상황도 목격한 바 있다.

여기까지는 많은 이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일반적인 문제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대표기관인 고용노동부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되고 있다. 노동부에 직접채용돼 있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고용노동부사무원지부 조합원들은 최근 정부(노동부)를 상대로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노동부가 실제 근로 여부와 관계없이 고정적·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된 금원으로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을 복리후생비라는 명목으로 통상임금에서 배제해 왔기 때문이다. 노동부 예규는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관되게 지급형태상의 일률성과 정기성이 인정되면 교통비나 식사대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사무원지부 조합원들의 임금청구소송은 승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소송을 통해 깔끔하게 해결될 것으로 보였던 통상임금 문제가 노동부와 지부의 임금교섭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노동부측에서 통상임금 차액을 지급할 예산이 없기 때문에 지부가 소송을 취하하지 않으면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노동부의 논리는 노동자들이 소송을 취하하면 정부에서 책정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임금인상을 시켜 줄 수 있지만 소송을 취하하지 않으면 노동부측이 패소할 경우 임금차액을 지급할 별도의 예산이 없기 때문에 임금인상을 시켜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그동안 공공부문의 임금인상은 사실상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에서 설정한 인상률대로 이뤄져 왔다. 공공부문 노조들은 정부 지침의 거대한 벽 앞에서 그 지침을 뛰어넘는 인상률을 요구하는 투쟁을 만들지 못했다. 노사 모두 암묵적으로 임금의 세부적인 내역과 구성에 이견이 있어도 임금인상률만큼은 정부 지침대로 합의해 왔다.

그런데 현재 노동부가 보여 주고 있는 논리대로라면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은 사측으로부터 임금체불 등이 발생할 경우 어떠한 법률적 대응도 할 수 없다. 법원을 통해 승소한다 하더라도 차액분 지급을 위해 사측이 다음 연도 임금을 동결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노동부의 행태는 지부 조합원들이 파업을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의 협박 내지 조롱과 다름없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일괄적인 단체협약 해지로 공공기관 노조들의 파업을 유도하더니, 임기가 끝나 가는 시점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잡스러운 방법으로 파업을 유도하고 있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임금교섭은 임금교섭대로 성실하게 임해 최소한 정부 예산편성지침에 근거한 임금인상률을 보장하고, 통상임금 소송으로 발생한 임금차액 지급의무는 추경예산을 잡아 이행하면 된다. 그럼에도 지부는 지난달 30일 노동부로부터 복리후생비 통상임금 소송 취하 없이는 모든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고 임금은 동결한다는 최후 통보를 받았다. 문득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노동부는 노동자들을 원숭이로 보고 있는 것인가.

김기범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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