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여객 버스운전기사 이영기(48.가명)씨는 최근 회사 게시판에 붙은 '쉬는 날 아르바이트 금지' 공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버스기사들의 '투잡'을 금지한다며 적발시 징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학생 자녀가 둘이나 있는 이씨도 쉬는 날 간간이 덤프트럭 운전을 병행하고 있다. 이씨는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월급 150만원으로 네 식구 생활비 대기도 어려운데 쉬는 날 알바까지 못하게 하면 어떡하냐"고 발을 굴렀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주지역 시내버스인 신성여객이 버스기사들의 쉬는 날 생계활동 금지를 공고해 기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신성여객은 지난달 27일 "휴무날 아르바이트로 타 직종의 차량운행을 하면 회사의 업무방침에 의해 규정대로 처리하겠다"고 공고했다. 아르바이트에 따른 과로로 버스운전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이유다.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임금으로 버스기사들이 쉬는 날 대리운전이나 덤프트럭·화물차 등을 운전하는 '투잡'을 뛰는 것은 버스업계에서 관행적으로 묵인되던 사안이다. 이를 위해 회사에서 배차시간을 조정해 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호 공공운수노조 전주시내버스 신성여객분회장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체 214명의 버스기사 중 60% 이상이 쉬는 날 덤프트럭·화물차 운전, 막노동을 나가고 있다'며 "지금 받는 임금으로는 도저히 생계가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분회장은 "24일 만근을 했을 때 월 186만원을 받는데, 이것저것 떼고 나면 손에 쥐는 건 150만원밖에 안 된다"며 "회사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노동자들에 대한 생계탄압이자 노동탄압"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도 성명을 내고 "버스노동자들을 또 다른 생계현장으로 내모는 것은 버스사업주들과 신성여객"이라며 "버스노동자들의 휴무 아르바이트를 근절하겠다면 상습적인 임금체불부터 해결하고 법정근무일수나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