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박병권)가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에게 "계획을 강행할 경우 퇴진투쟁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부는 4일 “ING생명 인수와 관련한 지주사 차원의 최종 의사결정을 앞두고 이와 같은 의사가 담긴 노조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부에 따르면 어 회장은 ING생명 인수가 난항을 겪자 인수 찬반을 묻는 임시이사회(5일)를 소집했다. 지부가 기존과는 달리 명확한 입장표명을 한 이유는 이날 이사회에서 ING생명 인수가 공식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부는 의견서를 통해 어 회장 등이 ING생명 인수 효과로 거론하는 KB생명과의 합병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와 수익구조 다변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지부는 미국 등 선진국 금융시장에서도 은행·보험업을 겸업해 시너지효과를 거둔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지부는 “보험사 트레블러스와 씨티코프의 합병으로 탄생한 씨티그룹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240억달러의 자산을 상각하고 회사분할 등의 비극을 겪었다”며 “보험·은행업 겸업으로 한때 잘나가던 ING그룹 또한 128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고 결국 보험업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의 성장 가능성이 낮은 것도 인수 반대 이유로 제기됐다. 지부는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국내 보장성 보험은 사실상 퇴직연금 시장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마저도 은행·증권 등 모든 금융사들이 사활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며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수익성이 은행·증권사보다 높지 않아 결국 보험사의 시장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부는 이 밖에 △보험업 리스크의 그룹·은행 전이 위험 △인수가격 산정 불투명 및 국부 유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은행 거액 배당의 부당성을 이유로 내세웠다. 지부는 “어윤대 회장이 노조의 경고를 무시하고 막무가내식으로 ING생명 인수를 몰고간다면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 해임의 건 제출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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