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나는 궁금하다. 무엇이 그들을 가르고 있을까. 18대 대통령선거에 노동자후보가 출마했다. 이번 대선에는 노동자후보의 주장이 궁금하다. 2명이나 나왔으니 그들은 무얼 다르게 주장하는 걸까 궁금하다. 그들이 어떤 조직으로 노동운동을 하고 어떤 정파로 노동정치를 하는 것인지 난 자세히 알지 못한다. 궁금하지도 않다. 도대체 내세우는 것이 뭐가 다르기에 당선가능성도 없는 대선에 참여해서 노동자를 내세우고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 나는 궁금하다.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으로 비정규직투쟁을 해 온 노동자 김소연과 울산과학대지부장으로 노조활동을 해온 청소노동자 김순자, 비록 박근혜와 문재인이라는 당선 가능권 후보들의 오차범위의 지지율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그들이지만 노동타령으로 살아 온 나는 무척 궁금하다. 그들이 어쩌다 노동자후보라며 둘이 돼서 나왔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네가 되면 내가 못된다고 죽자 사자 하는 선거판도 아니니, 다르면 다르게 주장해도 이 나라 노동운동사에 대단한 오점을 남기는 것도 아닐 테니 노동자후보로 2명이라고 심각하게 호들갑 떨 일도 아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이번 대선에 대통령후보가 돼서 해야 했던 그들의 주장이 어떤 것일까. 노동문제를 중심으로 한 번 보자. 노동자후보이니 노동문제로 다른 대선후보들과 다를 것이고, 노동자후보로 둘인 것이니 그들 사이에도 뭔가 다른 것이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2. 일자리가 위협받지 않는 사회,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이 완전히 보장되는 사회가 김소연 후보의 제1호 공약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법제화된 정리해고제 폐지, 파견제 등 간접고용제 및 기간제 등 비정규직 악법폐지와 정규직화, 특수고용노동자, 공무원·교사 등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 30시간 노동제, 동일노동 동일임금, 최저임금을 생활임금수준으로 법제화, 공격적 직장폐쇄 금지와 교섭창구단일화, 필수공익사업장 파업 제한 등 노동악법 철폐 등을 구체적인 목표와 이행절차로 내세우고 있다. 그 동안 이 나라 노동운동이 과제로 내세워 왔던 것들이다.

김순자 후보는 6년 일하고 1년 쉬는 유급 안식년제를 제1호로 내걸었다.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불안정노동 철폐를 제2호 공약으로 해 노동시간 상한법으로 주 35시간 노동제를 실시하고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비정규직 악법 폐지 및 비정규직 불안정노동 철폐, 정리해고법 폐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공무원 교사 등 노동3권 및 정치기본권 보장, 전임자급여 노사자율 및 복수노조 자율교섭, 단협 일방해지 제한, 필수공익사업장 필수유지업무 삭제, 산별교섭제도화 등을 그 목표와 이행절차로 했다. 그리고 제4호 공약으로 김순자 후보는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만원으로의 인상을 내세우고 있다. 안식년제를 제외하고는 역시 그 동안 이 나라 민주노총·한국노총 등에서 요구해 왔던 것들이다. 나머지 것들은 별다른 게 없다. 노동시간 상한법이야 주 30시간 노동제를 내세운 김소연 후보라고 다른 것이라 하지 않을 것 같으니 결국 안식년제로 김순자와 김소연이 노동문제에서 다르다. 모든 노동자가 6년을 일하면 1년을 유급으로 쉬게 된다는 안식년제가 김순자 후보와 김소연 후보를 가르고 있다. 그런데 김소연 후보는 안식년제 도입에 반대라 할까. 어쨌든 두 후보자의 노동정책 공약은 거의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그 노동정책 공약이 노동자후보의 공약으로 올바르다고, 그래서 나는 그걸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언급한 바와 같이 모두가 그 동안 이 나라 노동운동이 과제로 내세워 왔던 것들이다. 하나하나 적절한 것들인지 그것이 노동자후보의 노동정책 공약으로 해야 하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그 동안 쌍용차·한진중공업 등 정리해고가 문제돼 왔다. 그래서 정리해고법 폐지가 두 후보의 공약의 목표와 이행절차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97년 정리해고가 근로기준법에 규정됐다고 해서 정리해고가 비로소 허용된 것이 아니다. 그 이전부터 이미 정리해고는 해고의 하나로서 법원은 허용했었다. 그러니 정리해고금지법을 도입하지 않는 한 정리해고법의 폐지만으로는 정리해고는 사라질 수가 없다. 특수고용노동자·공무원·교사 등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두 후보 모두가 내세우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장의 필수유지업무 삭제 등도 이와 관련이 있다. 쟁의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는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공격적 직장폐쇄야 현행법 해석으로도 법원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임자급여 지급 및 복수노조 교섭, 산별교섭, 단협 일방해지 등의 문제는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행사에서 현재 문제라고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이야 지금도 주 40시간 법정근로시간조차도 현실의 노동시간 규제로서 작동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마당이다. 기껏해야 법정수당의 기준으로밖에 기능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는 법대로 주 40시간 노동제라도 완전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그것뿐이다. 노동자후보여야 한다고, 그래야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내걸 수 있는 것이라고 두 명의 노동자가 대통령후보로 나왔음에도 정말 그것뿐이다. 지금 이 나라 노동자후보들은 노동자를 위한 노동정책은 그것들이라고 공약했고 그러니 공식적으로 그것뿐이다. 정말 이 나라에서 노동자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노동정책이 그것뿐이라는 것인가. 정리해고법 폐지와 비정규직 철폐, 특수고용노동자·공무원·교사 등의 노동기본권 보장, 산별교섭제도화, 전임자급여 및 복수노조 교섭 노사자율 등이 노동자가 대통령이 돼야만 하는 공약이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공약이 정말 그것뿐이라고 한다면 정말 그렇다고 주장한다면 노동자가 대통령후보로 나올 필요가 없었다. 노동자대통령의 노동정책으로는 너무 가볍다. 노동자조차 그걸로 만족할 수가 없다. 비정규직·특수고용노동자·공무원 등 노동자 일부의 노동문제를, 정리해고 등 노동자의 특별한 문제를, 노조법의 몇 가지 문제를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대통령의 정책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노동자대통령이 추진하겠다는 노동정책이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탄압받고 제한받아온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그거라면 왜 노동자대통령이어야 하는지를 이 나라 인민에게, 심지어 노동자 일반에게조차도 설명할 수가 없다. 그거라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라면 누구라도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전 진보정의당 대선후보는 ‘정권교체와 새정치 실현을 위한 공동선언’을 체결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와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불법파견 엄단,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동일노동 동일임금, 공공부문의 상시업무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OECD 평균수준으로 하향화,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최저임금 인상 등에 관해서 공동선언했다. 이미 발표한 문재인 후보의 노동정책 공약에도 이런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니 이 나라에서 노동자는 문재인이 아니라 김소연과 김순자여야 하는 이유를 그들의 공약만으로는 명확히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이 나라에서 노동자는 김소연과 김순자가 대통령이 된다면 비정규직·정리해고 문제 해결 말고 무슨 노동자권리를 자신에게 보장해 주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알 수가 없다. 그러니 비정규직이 아니고 정리해고가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 노동자 아무개는 투표소에서 김소연과 김순자에게 기표해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일반 사업장 노동자 아무개는 김소연과 김순자가 내세운 노동기본권 보장이라고 해봐야 이미 자신이 행사하고 있는 것이니 그게 별거 아니다 하고 관심이 없다. 왜 이럴까. 저들이 아니고 노동자여야만 내세울 수 있다는 노동자후보의 노동자 권리를 위한 노동정책 공약이 말이다. 비정규직·정리해고,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 몇 가지 노조법 개정의 문제들로 열거돼서는 안 되는데 왜 이럴까. 노동자권리 중 가장 낮은 수준, 즉 가장 열악한 노동자의 과제는 새누리당의 후보라도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우고 추진한다. 박근혜 후보의 공약을 읽어보라. 노동자권리 중 낮은 수준, 비교적 열악한 노동자의 과제는 민주통합당의 후보라도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우고 추진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후보의 연설을 들어보라. 노동자권리 중 노동자 일반의 과제는 오직 노동자후보만이 공약으로 내세우고 추진할 수가 있다. 그것은 저들은 결코 공약으로 내세우고 추진할 수가 없는 것이다. 노동자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만 할 수가 있는 것이고 그것으로 노동자들은 그것을 자신의 권리로 만들기 위해서 노동자후보에게 투표하겠다 하는 것이다.

3. 지금 이 나라에서 노동자권리가 문제다. 이는 노동자권리를 주장하고 투쟁해 나가는 노동운동이 문제라서 문제인 것이다. 제대로 자본에 맞선 노동자 일반의 권리를 과제로 해서 주장하고 투쟁하지 않았다. 그러니 노동자후보들의 공약 문제는 단순히 그들의 문제는 아니다. 이 나라 노동운동의 문제다. 무엇이 지금 이 나라 노동운동을 문재인·안철수 캠프로 몰려가게 했을까. 저들을 통해서 이 나라 노동운동의 과제가 공약으로 내세우고서 추진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임금·근로시간·인사명령과 해고·취업규칙 등 어느 것이라도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 자유노동인지 노예노동인지조차도 알 수 없을 지경으로 노동자권리는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 그렇게 법과 법원의 판결로 제한받고 있다.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은 쟁의권이 보장돼 있다는 일반 사업장 노동자라도 그 행사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노무제공을 하지 않는 파업조차도 범죄이고 불법으로 평가돼서 정당하지 않으면 손배가압류·징계·형사처벌한다는 게 법이고 법원의 판결이다. 공약으로 내세운 것들에 더해 노동자후보는 반드시 이것들을 공약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서 새로운 노동자권리를 공약으로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김소연과 김순자가 노동자후보로 다르다 할 수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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