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회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삶)

얼마 전 한 단체의 요청으로 취업한 장애인들을 위한 노동법 교육을 했다. 수강생은 모두 노동할 능력이 있어 취업이 가능한 장애인들이었다. 교육내용은 간단했다.

“근로계약을 할 때는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며, 1주 소정 근로시간은 40시간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서는 가산수당을 받아야 한다.”

“1년 이상 계속근로 했을 때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고, 임금을 받지 못했을 때는 노동청에 진정 혹은 고소를 할 수 있다.”

“부당한 징계나 해고를 당했을 때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고, 최저임금은 현재 4천580원이며, 연차휴가를 쓸 수 있고, 일하다 다치거나 아프면 산재가 가능하다.”

매우 기본적이고 당연한 얘기를 하는데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당연한 얘기를 이분들은 대부분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 사회적 기업에 다녔다는 한 분은 사용자에게 장애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한 후 주어진 일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취직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한 지 두 달 만에 동료 비장애인들이 곱지 않게 본다는 이유로(명목상으로는 일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그만두라고 했단다. 사장이 어느 날 서류를 들이밀며 서명하라고 해서 봤더니 사직서였다고 한다. 그분은 사장이 만들어 놓은 사직서에 서명하라고 하면 당연히 해야 되는 줄 알고 서명을 했다고 한다. 왜 항의하지 않으셨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몰라서”였다. 억울하긴 한데 나가라면 그냥 나가야 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다른 한분은 전 회사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1일 기본 11시간 정도를 일하며 야근을 하는 날도 많았다고 한다. 근로시간에 관한 법 위반이었다. 월급은 얼마 받으셨냐고 하니 100만원 조금 넘게 받았다고 한다. 이분은 시간외 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 백번 양보해 요즘 유행하는 포괄임금이라고 인정해도 문제다. 해당 사업장이 최저임금에 대한 노동부의 인가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으니, 가산임금까지 계산하면 최저임금법 위반이었다. 연차 휴가도 없었고 심지어 사장이 사업장 내에 CCTV를 설치해서 하루종일 일하는 모습을 감시했다고 한다. 모두 법 위반임을 말해주니 그걸 이제야 알았다며 억울해 하셨다.

장애인은 노동의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거나 부당한 대우를 당하더라도 그 사실이 위법인 줄 모르거나 참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장애인들에게는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고용해 주는 것을 마치 선심 쓰듯 여기며 법 위반을 당연시 하는 사용자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장애인도 노동자고 당연히 노동법을 적용받는다. 장애인도 법이 정한 최소기준을 준수하라며 요구할 권리가 있고, 더 나은 근로조건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노동은 우리 사회가 더욱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 장애인들이 단지 취업하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첫 걸음을 노동법을 알리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