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끅끅..끅”

지난달 9일 밤 경기도 일산 탄현동 홀트일산복지타운·요양원.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소리에 생활교사 김아무개씨가 깜짝 놀라 방으로 달려갔다. 김씨는 가래가 목에 걸려 하얗게 질린 아이의 몸을 옆으로 돌리고 등을 두드려 기침을 하게 해 가래를 뱉어내게 했다.

“얘네들은 그나마 옆에서 도와주면 혼자 기침을 할 수 있지만 몸을 전혀 못 움직이는 애들은 석션으로 가래를 빼내줘야 해요. 안그러면… 휴∼”

요양원에서 생활지도교사 일을 한 지 10년차인 김씨는 “밤낮없이 애들한테 딱 붙어서 돌봐야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침대에서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며 연신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내 최대 복지시설을 자랑하는 홀트일산복지타운·요양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연장수당 안주려 근무형태 변경=생활재활교사들에 대한 연장·야간근로수당 체불로 노사갈등(본지 10월18일 보도)을 겪고 있는 홀트일산복지타운·요양원이 이번에는 인원충원 없이 3교대제를 강행하고 있어 논란이다. 생활교사들은 요양원측이 생활자들의 안전을 뒤로한 채 연장수당 발생을 막는 데만 급급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사회복지지부 홀트지회(지회장 백말례)는 지난 9월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지급 청구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냈다. 주야 맞교대(10시간+14시간)를 하며 발생하는 연장·야간수당을 한 번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에 여러 차례 진정도 넣었다.

요양원은 당초“야간근무조의 생활교사들이 자는 시간은 근무시간에 제외해야 한다"며 "매월 연장근로수당을 모두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요양원은 지난 10월 ‘시간외 근무수당이 발생하는 게 맞다’는 노동부의 관리감독 결과가 나오자 수당 지급 대신 근무형태를 변경하겠다고 통보했다. 주야 맞교대를 3교대제(오전 6시~오후 2시, 오후 2시~밤 10시, 밤 10시~오전6시)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인원충원 없이 3교대제를 할 경우 생활자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요양원 내 14개 생활동에는 270여명의 생활자와 99명의 교사들이 함께 기거하고 있다. 생활자의 70%가 1급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다.

생활지도교사들에 따르면 휠체어 생활을 하는 중증장애인들의 방에는 누워서 피딩(배에 구멍을 뚫어 유동식을 투여하는 것)을 하는 생활자가 한 방마다 2명 이상 있었고, 전신마비 생활자들도 많았다. 2살부터 60대 이상까지 20~30명이 사는 생활동마다 각각 2~4명의 교사가 배치된다. 교사 1명이 5~17명을 돌보는 셈이다. 최근 <매일노동뉴스>는 생활지도교사들과 이런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야간근무교사 1명이 중증장애 60명 돌봐야=3교대제로 근무체계를 변경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야간근무다. 요양원측은 오전·오후 근무는 종전과 같이 한 생활동에 교사 2~4명을 배치하되, 야간근무는 동별 혹은 동묶음별로 교사 1명이 근무하도록 했다. 교사 1명이 중증장애를 가진 생활자 20여명, 많게는 60여명을 한꺼번에 돌봐야 한다는 뜻이다.

백말례 지회장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생활자들이 한 동에 수십 명 씩 있는데 교사 1명이, 그것도 밤에 어떻게 60명을 돌보라는 것이냐”며 어처구니없어 했다. 지회는 교사들의 이 같은 우려들을 요양원측에도 전달했지만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지회는 요양원측에 “2교대제로 하되 교사들에게 월 1회 휴가를 주는 것으로 시간외 근무에 대한 보상을 해달라”는 양보안까지 내놓았지만, 그마저도 “소송취하를 하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요양원측 이수연 생활지도팀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연장근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며 “인력충원을 하려면 20억원 이상이 드는데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야간근무 시 사고위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방(생활동)마다 사고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요양원측은 이달 초부터 3교대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백말례 지회장은 “국내 최대 복지시설로 알려진 홀트에서 생활자들의 안전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3교대제를 강행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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