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 기자

민주노총마저 인정했다. 지난달 임원직선제 유예를 묻는 임시대의원대회 투표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국노총 역시 지난해 12월 정치방침을 결정하면서 무자격 대의원이 투표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법정싸움으로 이어질 뻔하다가 이용득 전 위원장이 스스로 사퇴하면서 일단락됐다. 노동자 정당이라던 통합진보당에서도 올해 5~6월 대리투표 문제가 불거져 국민적 비판을 자초했다. 당마저 쪼개졌다.

때마다 "관례였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미 밝혀진 대로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연맹이나 단위노조 일부에서는 작은 실수 혹은 대회 성사와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러한 행위가 종종 벌어졌다. 그래서 관례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이런 관례, 관성적인 행위가 노동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국민은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경제적 민주주의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계도 그 외침의 주요 주체였다. 그러나 규약·규정과 같은 형식적 민주주의조차 제대로 지키고 않고 있음을 고백하고야 말았다.

어느 조직이나 문제가 없는 곳은 없다. 처음에는 좋았던 제도 혹은 행위였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좋지 않은 제도·행위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인식하고 개선하고 대안을 마련했다면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한데 그러질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이제는 진보·노동이라는 이름 아래서도 이러한 관성적인 행위들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음을 모두가 알고 인정하게 됐다. 통합진보당 부실·부정선거 사태 이후 한 노동계 인사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진보정치가 때가 탔다고 노동정치를 버릴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반성과 개혁을 통해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전제는 ‘뼈저린 반성’이었다.

그의 말대로 진심으로 돌아봐야 할 때다. 또 다른 문제, 관성적인 행동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변화와 발전, 그것이 노동운동의 의미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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