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원장

온 국민의 시선이 연말 대선에 집중돼 있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올해 5월2일 한중 FTA 협상 개시 선언 이후 5월14일 1단계 1차 협상부터 11월1일 1단계 4차 협상까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경제교역 대상국이다.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밀접하게 엮여 있다. 남북문제와 한반도 주변 4대 강국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나라다.

중국은 과거사 왜곡과 동북공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남북관계 경색과 맞물려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는 더욱 깊어 가고 있다.

올해는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 설립 60주년을 맞는 해다. 한때 전체 인구의 70%에 달했던 자치주 조선족 인구는 최근 36%대로 뚝 떨어졌다. 젊은이의 상당수가 한국이나 중국의 대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노인들만 있거나 가정이 황폐화된 곳도 부지기수다. 이렇게 되면 머지않아 소수민족 비율이 30%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자치주의 지위를 잃을 우려가 있다. 중국이 소수민족의 빈자리에 한족을 집단적으로 이주시키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내수시장 확충의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저출산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이대로 간다면 전체 인구규모 감소도 예견된다.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교류와 협력이다. 이런 가운데 골드만 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주목하면서 북한의 경제개혁과 남북의 경제통합을 통해 보수적으로 봐도 잠재적 성장률이 7~8%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규모와 내수시장 확대, 자립경제를 위한 자원, 에너지 확보, 한반도 지정학적 우월성 복원 및 군사비와 무력의 생산적 재배치, 남북기술협력에 의한 경제도약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 또한 많이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중 FTA가 경제와 노동시장에 미치는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대선후보들이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 대란을 가져올 복병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경제는 이미 고용 없는 성장, 특히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 향후 10년간 장기불황을 예고하는 사람도 있다.

무역과 인력이동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 사회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다.

한중 FTA는 균형 있는 발전, 노동자의 권리와 기타 인권에 대한 존중에 기초한 생산적 고용창출과 양질의 고용에 기초해 진행돼야 한다.

한중 FTA는 한국의 경제와 산업구조에 엄청난 구조조정 압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농축산물과 노동집약적인 산업, 즉 경공업 제품 등 저가 공산품 분야의 구조조정 압력을 더욱 가중시키고, 대량의 산업 피해와 실업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중 FTA 관련 정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한중 FTA 체결 이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급증해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한다. 섬유·의류 산업을 포함한 내수용 소비재 제품 대다수는 저가 중국산 제품에 밀릴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영세산업의 저가물품 공세로 인한 쇠락과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반면 전기·전자, 석유화학, 자동차와 같은 산업에서는 수출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수혜 업종은 모두 대기업들이다. 한중 FTA 추진이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8% 차지하는 대다수의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과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

한국이 중국보다 제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은 멕시코와 NAFTA를 체결하고 나서 임금이 낮은 멕시코와 경쟁해야 한다는 이유로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가로막았다.

FTA의 인력이동과 관련해 중국은 인력이동 확대와 비자문제 개선, 전문직 자격증 상호인정을 요구할 것이다. 인력이동 확대를 통한 중국 인력의 유입은 국내 노동시장에 농산물만큼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이 뉴질랜드와 같은 수준이나 혹은 한국의 DDA 양허안 이상의 인력이동 개방과 비자제도 개선을 한국에 요구할 경우 농업 분야 못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단기입국이 영구적 정착으로 연계된다면 단순 기능인력 양허는 노동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농업은 재앙, 중소기업은 위협, 대기업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 FTA가 국민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지금까지 전개된 4차 협상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응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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