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인천시립예술단지부

"(임산부와 기혼녀에게) 아이를 둘 이상 낳고 (무용단에) 다니는 것은 양심이 없는 것 아닌가요?"

"(기혼녀에게) 어젯밤에 같이 잤습니까?"

"(옷) 벗으면 할아버지도 좋아합니다."

인천시립무용단 손아무개(49) 예술감독의 인권침해성 발언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무용단원들은 지난 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손 감독을 제소했다. 인천시립예술회관도 28일 임시운영위원회를 열고 손 감독에 대한 해촉을 논의한다. 인천시립예술단이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김세연(42 ·사진) 공공운수노조 인천시립예술단지부 부지부장은 20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예술회관은 세금으로 공익적 예술을 하는 곳임에도 무용단은 객관적인 근무평가를 통한 합리적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며 "공공기관인 만큼 근무평가를 공정하게 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용단과 감독의 갈등은 올해 1월 손 감독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손씨는 취임일성으로 "내 꿈을 펼치고 싶다"고 했다. 공익적 예술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 감독으로서는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김 부지부장은 "손 감독이 예술회관을 개인의 스펙을 쌓는 곳으로 활용하려 했다"며 "해당 발언이 실제 현실로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지부에 따르면 손 감독은 올해 3월 임산부 모독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데 이어 신체적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했다. 노인복지회관을 위한 공연을 하면서 노출이 심한 의상을 요구하고, 전임감독이 선발한 무용단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해고했다는 것이 지부의 주장이다.

김 부지부장은 "손 감독은 비정규직을 쓸 수 없도록 돼 있는 지부의 조례를 무시하고 전임감독이 뽑은 신입단원 5명 중 3명을 3개월 동안 수습기관으로 활용하다 별다른 이유 없이 해고했다"며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해고된 3명 중 2명은 올해 9월 오디션을 거쳐 다시 들어와 현재 비정규직으로 수습기관을 거치고 있다.

인천시립무용단이 매번 해 오던 고유의 작품과 창작품을 배제시키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대신 손 감독 개인단체인 'NOW 무용단'의 작품을 모방하는 공연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무용단원들은 손 감독과 대화를 시도했다. 전국체전과 아시안게임 공연을 앞두고 있어 문화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런 가운데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의 야유가 잇따랐다. 급기야 무리한 공연과 연습으로 3명의 무용단원이 부상을 당했다. 무용단이 올해 10월 거리로 나선 이유다. 무용단은 예술회관 앞 1인 시위와 함께 손 감독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700여명의 시민들이 사퇴 서명에 동참했다.

여러 언론을 통해 손 감독의 엽기적인 발언이 뒤늦게 드러나자 인천시의회도 중재에 나섰다. 인천시의회는 21일 문화복지위원회 회의를 열고 문제가 되고 있는 무용단 감독과 단원들의 내분을 중재하라고 인천시에 요구했다.

한 단원은 "갈등은 어느 곳에나 항상 존재하는데도 손 감독은 '강성노조'와 '예술 가치관' 차이를 핑계로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며 "예술가와 여성이기 전에 무용을 통해 생계를 이어 가는 공공기관 예술노동자들의 자긍심과 자존심을 짓밟아 버렸다"고 일갈했다.

김세연 부지부장은 "현재 제도적으로는 인천시장이 예술감독을 한 번 임명하면 큰 범법사유가 없는 한 임기를 채울 때까지 제 아무리 단원 운영을 잘 못해도 해임시킬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며 "공공기관 예술감독의 불합리한 운영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무용단원의 인권과 노동권 유린 사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인천시의회의 요구 대로 송영길 시장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는 것"이라며 "예술회관이 시민들에게 공익적 예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당사자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손 감독은 "실수한 발언에 대해서는 단원들에게 사과를 했다”며 “예술 가치관 차이에서 오는 충돌에 따른 사퇴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예술회관측에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감독의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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