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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200만원'의 꿈
▲ 구은회 기자

“아저씨 요새 법인택시 사납금이 얼마나 되나요?”

“아가씨가 사납금도 알아? 10만원도 넘지. 사납금·밥값·연료비 빼면 남는 게 없다니까. 근데 아가씨는 무슨 일해?”

“네? (머뭇머뭇) 그냥 회사 다니는데요.”

“아가씬 그래도 한 달에 200만원은 벌지? 난 그것도 안 돼.”

택시를 타면 습관적으로 묻게 된다. 사납금이 얼마냐고. 일종의 추적조사다. 몇 년 전까지 8만~9만원 수준이더니 요즘엔 다들 “10만원도 넘어” 한다. 실제 서울지역 법인택시 기사가 1일 운행을 마치고 회사에 납부하는 정액사납금은 이달 현재 10만4천원이다.

택시업계의 급여체계는 이상하다. 택시기사가 하루 동안 운전대를 잡아서 번 돈이 20만원이라면 이 중 사납금 10만4천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택시기사의 수입이 된다. 그런데 나머지 9만6천원이 순수익이 되기는 어렵다. 1일 2교대 택시를 기준으로 회사는 하루에 20~25리터에 해당하는 연료비만을 지급한다. 초과분은 택시기사의 몫이다.

택시기사가 부담하는 1일 연료 초과사용량이 10리터라고 가정해 보자. 한 달 26일을 만근하면 260리터다. 99년 택시기사의 추가연료비는 ‘260리터×282원=7만3천320원’이었다. 2012년에는 ‘260리터×860원(유류세 환급분 제외)=22만3천600원’이 든다. 같은 기간 택시기사의 월평균 개인소득이 15만원가량 줄었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7개 광역도시와 4개 중소도시 택시기사의 소득수준을 조사한 결과 가장 소득이 높은 서울지역 택시기사의 월평균 급여가 180만978원이었다. 소득이 가장 낮은 광주광역시의 택시기사는 월평균 96만9천805원을 받았다.

이런 수치는 단순한 예일 뿐이다. 택시에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온갖 변칙이 난무하고 있다. 택시기사에게서 받은 사납금 중 일부를 성과급 등의 명목으로 지급해 온 택시사용자들은 법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급여를 올리는 대신 꼼수를 택했다. 임금을 지급하는 기준인 노동시간을 실제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줄여 낮은 임금은 그대로 두면서 법정 최저임금에 맞추는 식이다. 수많은 법원에서 이러한 내용의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대중교통법) 개정안을 놓고 택시업계와 버스업계의 싸움이 한창이다.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인지 고급교통수단인지 따지기 전에 ‘도시의 막장’이라 불리는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는 택시기사의 노동조건을 먼저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구은회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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