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포항제철. 연간 철광석 3,800만톤, 원료탄 2,000만톤을 수입하는 등 연간 15억달러를 원자재 조달에 투입한다.

최근 환율급등으로 수입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 경기침체로철강가격 역시 하락일로다. 미국시장의 냉연 가격은 지난해초 톤당 496달러에서 최근 374.8달러로 24.4%나 떨어졌고, 열연가격도 396.8달러에서 264.6달러로 33.3%나 하락했다.

이 상태에서 포철의 선택은 분명해 보인다. 한 관계자는"생산, 판매 등모든 부문에서 '방어적 경영'이 불가피하다. 판매에서는 고부가가치가 제품을 수주하고, 생산에서도 비용을 낮추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철이 투자와 매출, 이익을 방어적으로 재조정하고, 지출을 최소화하는등 경영전반의 계획을 수정하고 나선 것도 이해가 간다.

이는 포철에만 국한된게 아니다. 초일류기업으로 평가되는 삼성전자도'비상경영계획'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경기변동에 따른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경쟁력을 갖고있는 두 회사의 동향은 예상치 못한 경영환경의 변화로 계획을 크게 수정하는 재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왜 수정하나

대한항공이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환리스크 관리팀. 국제금융 및 재무전문가들고 구성된 이 팀의 분위기는 환율하락에 따른 업계의 부담이 어떤상황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달러표시 매출이 전체의 40% 정도를 차지해 환율상승에 따른 손실을 어느정도 상쇄하지만 지금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외화부채와 외국 항공유 구매 비중이 높은 대한항공은 최근 20%의 환율상승으로 앉아서 1,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입은 상태. 지난해에도 환차손으로 3,000억원 정도의 손실을 입어 당기순손실(4,700억원)의 최대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항공기 구매등으로 안고있는 27억달러 규모의 외화부채가 부담이다. 대한항공 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에 있어 이 같은 환율변동은 경영계획을다시 들춰야 하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경제의 양대축인 미촵일경제의 침체가 생각보다 장기화되고, 내수시장 회복시기도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도 계획수정의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재계는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도리어 감소하는 상황에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전자,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수출업체들은 환율하락만큼 가격인하 압력에다 엔화가 하락, 선진국 경기침체에 따른 구매감소에 따른 수출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내수도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1촵4분기중 주요기업들의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이상 감소, 경영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방어적 경영

수익중심의 방어적 경영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해온 업계는 최근들어 다시 허리띠를 조르고 있다. 투자를 줄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비용지출을 보다 엄격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 포항제철, SK㈜등 대형기업들도투자를 수천억원에서 조단위로 줄이고 있다.

대우종합기계는 지난해 5,470명의 종업원을 4,600명으로 줄여 인건비 부담을 줄인데 맞춰 경비도 20% 정도 축소하기로 하고 불요불급한 경비지출을 억제키로 하고 관련계획을 다시 짜고있다.

삼성SDI는 '비용을 지출할 때는 3번 생각하고, 꼭 필요할 때는 30% 줄이고, 효과는 300% 이상 거둔다'는 구호아래 올해 해외법인 1,000천억원을비롯해 3,000억원의 원가를 줄이기로 했다.

환율부담을 크게 안고있는 정유업체들의 대부분이 기준 환율을 상향조정하는 한편 매출, 투자, 이익 등 경영계획을 손질하고 있다.


◇수출확대에 총력

방어적 계획에 대한 대책은 수출확대다.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나서서 수출확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조직도 해외마케팅을 강화하는 쪽으로 수정하고 있다.

무협 관계자는 "최근 수출업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70% 가량의기업들이 환율상승에 따라 가격 인하 압력을 받고있으며, 수출에 별다른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해 어느때 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출확대로 경영계획의 틀을 짜는 대표적인 분야는 전자업계.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은 이달 초 예년보다 한달 앞당겨 창원에서 열리는'2001년 글로벌 딜러 컨벤션'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수출환경에 악화에 따라 각국 딜러들을 격려, 수출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LG전자는 이와함께 해외마케팅 조직과 해외영업 기획조직을 '해외영업 담당팀'으로 통합하면서 수출 성과를 월단위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특히 노용악 중국 지주회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유럽지역판매를 총괄하는 '유럽관리총괄' 조직을 신설해 미촵일 경기침체에 따른수출부진에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미촵일에 치중된 반도체의 경우 유럽촵중국시장, 통신제품은유럽시장, 가전은 중국시장을 핵심거점으로 잡아 수출확대에 나섰다.

최근 조직개편에서 글로벌 마케팅실의 '지역마케팅그룹'을 '지역마케팅팀'으로, 팀장도 부장급에서 임원급으로 한단계 격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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