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울산저널 편집국장

포퓰리즘과 양극화 해소정책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택시를 대중교통에 편입하려는 여야 정치권의 법안에 반대한 버스업계의 초유의 운행 중단이 벌어진 22일 아침 여러 신문이 포퓰리즘 정책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중앙일보는 10면에 ‘포퓰리즘 앞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한국일보는 7면에 ‘지역 표심 노린 특혜법안 쏟아진다’는 기사를 썼다.

큰 제목만 보면 비슷한 내용인 듯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확연히 다르다. 한국일보는 포퓰리즘 정책 같은 걸 여러 사례로 소개한다. 세종시에 교부금 3천300억원을 늘리고, 청주시청 건립에 600억원을 지원하고, 새만금특별법은 속전속결로 16일 만에 법사위까지 통과했다는 내용이다. 지역단체장이나, 그것도 먼 미래를 보지 못하고 한 치 앞만 내다보고 당장의 이익만 챙기려는 생각 짧은 시장, 군수나 내놓을 듯한 것들이다. 국가 전체를 운영하는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이 지경이니 욕들을 만하다.

반면 중앙일보가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주장하는 건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말한다. 중앙일보는 지난 2008년 제도 시행 초기부터 올해까지 기초노령연금 지급액 총액의 증가세를 표로 보여 줬다. 표대로 하면 2조2천억원 남짓에서 올 들어 3조9천억원으로 늘었고, 이번 법 개정으론 다시 6천여억원이 늘어난다. ‘억’·‘조’ 단위가 들어가니 많아 보인다. 기사의 작은 제목에는 ‘20%’ 인상이란 단어를 사용해 인상 폭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기초노령연금은 현재 한 달에 9만7천100원씩 준다. 이를 2만원쯤 올려 11만6천600원을 주자는 거다. 2008년 1월부터 시행한 기초노령연금법은 부칙에 경과규정을 두고, 2028년까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0%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지금 받는 9만7천100원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5%다. 이를 이번에 6%로 1%포인트 올린다는 내용이다.

이게 포퓰리즘으로 공격받을 내용은 아니다. 엊그제까지 고용시장이 불안해 우리나라 국민연금 수혜자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는 기사를 여러 신문이 쏟아냈다. 국민연금 제도 시행 24년이 됐지만 한국에선 국민연금이 아직도 보편적 노후소득보장 정책으로 자리 잡지 못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기초노령연금 제도다.

중앙일보 주장대로 기초노령연금을 동결 또는 축소하면, 뒤에서 웃는 자들이 따로 있다. 그것은 ○○생명보험회사다. 공적 연금망이 부실하면 할수록 민간보험회사들의 시장은 커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중앙일보의 기사야말로 ‘친재벌 포퓰리즘’이다.

우리 국회와 정치권이 진짜 포퓰리즘이라면 같은날 대형마트 규제법안이 법사위에서 처리 유보된 건 뭐라고 해야 할까.(한국일보 11월22일 7면)

우리는 한 세대 내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온 결과 이제 ‘절차적 민주주의’는 확보했다고들 한다. 이웃인 일본은 반세기 만에 어정쩡한 정권교체를 단 한 번 했다. 중국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빈부격차 때문에 1년에 20만 번 이상의 시위가 벌어지는 나라가 됐다. 중세 왕조와 제국주의 시절의 영토를 복원하려는 공산주의가 세상에 어디 있나. 그래서 중국은 그냥 독재국가일 뿐이다. 그런 중국에도 시계를 만들던 여공이 4대 직할시 가운데 하나인 톈진의 당 서기에 올랐다. 20년 넘게 지방자치 제도를 운영해 온 우리가 그런 광역시장 한 명 배출한 적이 있던가. 민주주의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중국보다 잘난 게 하나도 없다.

혼란스런 대선 정국을 따라 요동치는 10대 중앙일간지 지면을 보면서 더더욱 언론 같은 언론을 보고 싶다.

울산저널 편집국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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