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41일간의 단식 끝에 건강악화로 병원에 실려 갔다.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벌인 단식농성은 결론을 보지 못했다. 단식농성은 이튿날 새벽 고공농성으로 바뀌었다. 한상균 전 지부장을 비롯해 조합원 3명이 평택의 쌍용차 공장 정문 앞 송전철탑에 올랐다. 이들은 30미터 높이의 철탑에 몸을 묶은 채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국정조사 계획이 나올 때까지 결코 내려가지 않겠다”고 농성자는 말했다. 22일로 3일째다. 그렇게 매달려 이틀밤을 샜지만 정작 국정조사를 결정할 국회는 꿈쩍하지 않는다.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해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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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책임공방 아닌 해결책 마련 위해 머리 맞대야”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여러 가지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환노위 차원에서 청문회를 열기도 했고,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이사회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사태 해결의지에 대해 묻기도 했다. 새누리당 환노위원들도 대한문에 있는 쌍용차지부 농성장을 방문해 해고 농성자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의견을 교환했다.

지금은 여야 정치권이 쌍용차 문제를 서로의 탓으로 떠넘기며 책임공방으로 갈등을 심화시킬 때가 아니다. 무급휴직자·해고자에 대한 생계대책이나 복직방안과 같은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공세보다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1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쌍용차 무급휴직자들에게 정부가 직접 생계비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여야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문제 풀려면 새누리당이 소위 구성이라도 협조해야”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풀려면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오늘(22일)도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에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런데 수용이 안 됐다. 국정조사를 하면 쌍용차 회계조작이나 폭력진압 문제를 비롯해 구체적이고 좀 더 상세한 진실규명을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라는 큰 벽에 부딪혀 있으니 답답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내 의견조율이 안 돼 국정조사를 못한다면) 환노위 차원에서라도 소위원회를 구성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소위도 거부하고 있다. 사실 소위가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길일 수 있다. 소위를 통해 일정한 법적 권한을 가지고 사측이든, 정부든 설득하고 국회에서 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환노위에서 소위가 구성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우선” 

권지영
쌍용차 가족대책위원회
대표

요즘 쌍용차 노동자의 가족들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40일 넘게 단식을 한 남편을, 송전철탑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남편을 보는 가족들의 심정을 아는가. 속상해서 울고, 안타까워서 울고, 거의 매일 울고 있다.

이번 고공농성은 3년6개월을 기다렸는데도 가시적인 조치가 없으니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결의의 표현이라고 본다. 위험하고 위태로운 투쟁을 바라보는 가족들은 안타깝고 고단하다.

국회 환노위 청문회를 직접 가서 방청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협상 당사자였던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이 2009년 정리해고 사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가 만들어져 반가웠다. 하지만 속 시원하다 할 만한 가시적 조치는 없었다. 노사 간 상호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쳐 안타까웠다. 청문회 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나 뻔뻔한 태도로 앉아 있는 회사측을 대하기가 불쾌했던 청문회였다.

그나마 국회의원들이 고의부도와 회계조작의 진실을 일부 밝혀낸 것은 성과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문제만 확인했을 뿐 답을 내지 않았다. 청문회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정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나. 대선이 다가오고 있지만 정권이 바뀐다고 정리해고 사태가 곧바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계조작 의혹제기 한 여당, 결과도 책임져야”

문기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

지난 20일 쌍용차 평택공장이 보이는 송전탑 위에 올랐다. 춥고 위험한 것 빼고는 아직은 견딜 만하다. 널빤지 넉 장을 깔고 앉아 있는데, 비가 올까 봐 걱정이다. 널빤지가 물을 먹으면 사람 무게를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철근을 대는 보강공사를 해야 하는데, 경찰이 협조를 안하고 있다.

송전탑에 올라오기 전 청문회를 통해 쌍용차 정리해고가 기획된 부도와 회계조작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일정 정도 밝혀졌다. 보다 정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잘못을 저지른 자들을 처벌하고 원상복귀를 위해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도 회사는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쌍용차지부와 대화하려는 생각도 없다.

정리해고 이후 3년6개월간 안 해 본 게 없다. 길에서 노숙농성을 하다 죽으나 철탑에서 얼어 죽으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새누리당은 청문회를 이미 했고, 국회가 개별기업의 노사관계에 더 이상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국정조사를 반대하고 있다. 어이가 없다. 청문회를 통해 여야 모두 정리해고가 잘못됐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게 땡이라니. 원인은 밝혀졌는데 결과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게 국회가 할 일인가. 의혹만 제기하는 국회는 필요 없다.

2009년 파업 당시 노동자에게 불순분자라며 빨리 경찰이 진압해야 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개별기업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투자유인·경영정상화 대책 나와야"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

노동계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국정조사가 개최된다면 좋은 일이다. 그런데 무엇을 논의할 것인가.

국회 환노위가 쌍용차 국정감사를 했지만 어느 의원도 실현가능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저 목소리만 높이는 국정감사였다. 국정조사를 한다면, 그 전에 풍부하게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이미 쌍용차 사태의 원인에 대한 규명이 충분히 된 상황이다. 이제는 대책을 논의할 때다.

쌍용차 사태의 해법은 첫째 무급휴직자의 복귀, 둘째 해고자의 복귀다. 이들을 어떻게 복귀시킬 것이냐가 핵심이다.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를 잘 만들어서 많아 팔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신차가 나와야 한다.

이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댈 부분은 쌍용차의 주인인 마힌드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내기 위한 유인책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도 국회도 그동안 목소리만 높였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 일이 없다. 현재의 노사 불신은 정부와 국회의 무책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쌍용차 정상화는 노사의 힘만으론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진지한 자세로 현실가능한 대책을 찾아서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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