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정 노조법 부칙 4조를 둘러싼 논란
2010년 1월1일 날치기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1년 7월1일부터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제도가 전면 시행됐다. 법 개정 당시인 2010년 1월1일에는 전임자급여 지급금지 문제가 현실적으로 좀 더 쟁점이 됐다. 하지만 사실 복수노조-창구단일화 문제는 더 큰 파급력을 가지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사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노조법 자체가 졸속적으로 개정되다보니, 법 규정 자체가 허술하게 규정됐다. 그래서 개정 노조법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해석론이 나오게 됐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부칙 제4조에서 정한 “이 법 시행일”이 2010년 1월1일인가 2011년 7월1일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고용노동부는 2010년 1월1일이라는 설을, 노동계는 2011년 7월1일이라는 설을 주장했다. 경총 등 재계는 최초에는 2011년 7월1일이라고 주장하다가 나중에는 고용노동부와 보조를 맞춰서 2010년 1월1일설을 들고 나왔다.
2. 개정 노조법 부칙 4조에 대한 하급심 법원의 해석
개정 노조법 부칙 4조는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동조합은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동부 해석에 의하면 부칙 4조의 “이 법 시행일”은 2010년 1월1일이므로 2010년 1월1일부터 2011년 7월1일까지 계속 교섭 중인 노동조합만 위 조항의 적용대상이 된다. 반면 노동계 주장에 의하면 부칙 4조의 “이 법 시행일”은 2011년 7월1일이므로 2011년 7월1일 교섭 중이면 위 조항의 적용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서 2011년 8월3일 서울중앙지법은 금속노조(KEC지회)가 제기한 단체교섭응낙 가처분사건(서울중앙지법 2011카합1584결정)에서 부칙 4조의 “이 법 시행일”을 2011년 7월1일이라고 봤다. 서울중앙지법은 ① 부칙 4조가 창구단일화로 인해 교섭 중인 노동조합의 교섭요구권이 박탈당하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경과조치인 점, ② 복수노조·창구단일화 관련 규정은 모두 2011년 7월1일 시행이 되는 점, ③ 노동부 주장대로 2010년 1월1일로 보면 2010년 1월1일부터 2011년 6월30일까지는 부칙 4조는 아무 의미가 없는 조항이 되며 ④ 2010년 1월1일 교섭 중인 노조를 특별히 보호할 이유도 없는 점, ⑤ 사용자측의 단체교섭 체결 해태를 조장할 우려도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서울중앙지법의 결정 이후 전주지법·대전지법·경주지원·순천지원 등에서 같은 취지의 결정들이 나왔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결정은 2012년 5월17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1라1502결정)에서 변경됐다. 서울고법은 부칙 4조의 “이 법시 행일”은 2010년 1월1일이라고 판시했다. 서울고법은 ① 2010년 1월1일이라고 보는 것이 2011년 7월1일 보다 문언의 통상적 해석에 부합한다는 점, ② 2010년 1월1일 개정 당시 교섭 중인 노조는 이를 기득권으로 볼 수 있어 보호할 필요가 있지만 2010년 1월1일 이후 교섭 중인 노조는 이를 기득권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 ③ 2010년 1월1로 보는 것이 2011년 7월1일로 보는 것보다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의 원칙 구현에 부합한다는 점, ④ 2011년 7월1로 보면 노동조합 측에서 창구단일화의 예외를 적용받기 위한 시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장래 충족되는 사실에 대해 예외를 부여하는 방식이 된다고 함)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얼마 후인 2012년 6월1일 서울고등법원의 다른 재판부(40부)는 전국민주택시노조(한성운수)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 25부의 판단과 달리 다시 “이 법 시행일”은 2011년 7월1일이 맞다고 판시해 서울고등법원 내에서 견해가 엇갈리게 됐다.
3. 대법원 결정의 내용
위 2항과 같은 논란에 대법원(2012마858 가처분이의결정)이 지난 12일자로 종지부를 찍었다. 즉, 부칙 제4조의 “이 법 시행일”은 2011년 7월1일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① 부칙 4조의 입법취지는 교섭 중인 노동조합이 개정 노조법의 시행으로 갑자기 교섭당사자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 불이익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정이고, ② 2010년 1월1일 당시에는 교섭대표 노동조합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할 수 없으며, ③ 2010년 1월1일이라고 보면 2010년 1월1일 이후 단체협약이 체결되거나 사용자에게 책임없는 사유로 단체교섭이 장기간 중단돼 교섭당사자의 지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교섭대표 노조로 보는 부당함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다만 부칙 제4조의 취지가 제도 시행당시 교섭 중이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보호에 있는 것이므로 부칙 제4조에서 정한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본다”는 의미는 개정 노조법에 따른 대표노조와 같은 권한을 가진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2011년 7월1일 이후에도 교섭당사자 지위가 유지돼 창구단일화를 거치지 않고도 기존의 단체교섭을 계속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정리하면 대법원은 부칙 제4조의 “이 법 시행일”은 2011년 7월1일이나, 부칙 4조에 의해 배타적 교섭권을 갖는 것은 아니고 2011년 7월1일 당시 진행 중이던 단체교섭을 창구단일화를 거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본 것이다.
부칙 제4조를 창구단일화에 대한 일종의 예외규정으로 해석한 것인데, 개정 노조법의 입법취지, 대표노조가 가지는 권한 등 을 고려하면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부칙 4조에 대한 노동계의 주장에는 부칙 4조에 의한 교섭대표 노조가 배타적 교섭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진행 중이던 교섭을 계속할 수 있는 지위를 보장한 것이라는 주장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4. 대법원 결정의 적용범위
위 대법원 결정은 2011년 7월1일 교섭이 진행 중이던 모든 노동조합에 적용된다. 즉, 2011년 7월1일 교섭 중이었는데 이후 복수노조 상황이 됐으니 창구단일화하지 않으면 교섭할 수 없다고 사용자들이 주장했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여러 사업장에서 부칙 4조의 "이 법 시행일"이 2010년 1월1일이라는 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노동조합 스스로 부칙 4조의 적용을 포기하고 창구단일화결정 절차에 전면적으로 참여해 대표노조가 체결한 협약을 적용하는 것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사업장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해당 노조가 부칙 4조의 적용을 스스로 포기한 결과가 돼 지금 다시 그 적용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여러 법률적 다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창구단일화 절차에 현실적으로 참여했어도 이의를 제기하면서 부칙 4조의 적용을 주장했던 경우에는 포기로 인정되지 않아서 지금 다시 부칙 4조의 적용을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 대법원 결정의 직접 당사자인 금속노조 KEC지회의 경우에도 주위적으로 부칙 제4조의 적용을, 예비적으로 창구단일화에 일부 참여를 했었다.
다만 부칙 제4조는 개정 노조법에서 정한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은 노조에게 개정 노조법 본칙에서 정한 대표노조로서의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은 아니다. 따라서 2011년 7월1일 당시 교섭을 진행하고 있던 사항에 대해서 계속 교섭할 수 있는 권한만 부여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렇게 볼 경우 지금 시점에서 부칙 4조에 대한 대법원 결정은 ① 2011년 7월1일 교섭 중이던 사항(단체교섭 및 임금교섭)이 아직 타결이 되지 않은 경우 ② 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했지만 부칙 4조의 적용 주장을 포기하지 않았던 경우에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①의 경우 계속 교섭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며, ②의 경우에는 소위 대표노조가 체결한 협약이 자신들의 노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 경우 사업장별 교섭 진행경과에 따라 다툼이 있을 수는 있다.
5. 마치며
2010년 1월1일 개정된 노조법은 반드시 재개정돼야 한다.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타임오프와 창구단일화 규정은 폐지돼야 한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법이 졸속적으로 개정됐다고 해도 행정부는 최대한 합헌적 해석을 통해 올바르게 행정지도를 해야 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무작정 복수노조-창구단일화 제도를 빨리 확대시켜서 노동계의 반발을 눌러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부당하고 무리한 법률해석을 했다. 그것이 이번 대법원 결정을 통해서 확인됐다. 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으로 2011년 7월1일 당시 교섭 중이던 많은 노동조합들이 단체교섭권을 포기한 결과에 이른 것이다.
노동부는 대법원 결정에 대해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무리한 행정해석을 통해 수많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한 것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행정지도에 따라 부칙 4조의 적용을 포기한 노동조합들의 단체교섭권을 회복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사업장들이 다시 법원을 통해서만 권리구제를 받도록 놓아둔다면 노동부는 행정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책무도 다하지 않는 것이고 스스로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다.
대법원, 노조법 부칙 제4조 논란에 ‘종지부’
대상 판례 / 대법원 2012마858 가처분이의
- 기자명 김태욱
- 입력 2012.11.21 09:00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