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대구지사

얼마 전 경찰서 사이버수사대 형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오마이뉴스 조아무개 기자와 함께 필자가 대구시지노인전문병원 김아무개 부원장으로부터 고소 당했으니 경찰서에 출석해 피고소인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고소는 ‘대구시지병원 파업에도 창조컨설팅 개입 증거 드러나’라는 제목의 지난 9월27일자 오마이뉴스 기사를 문제 삼는 것이다. 해당 기사에서 필자가 김 부원장을 ‘노조파괴 전문가’로 지칭했다는 것이 고소인 주장의 핵심이다. 인터뷰 내용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이라는 것이었다.

사실관계의 진위여부를 떠나 매우 황당했다.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기 며칠 전 노·사는 2011년부터 진행됐던 분쟁을 종료하면서, 고소·고발 취하와 함께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기로 면책합의를 한 터였기 때문이다.

물론 합의의 주체가 노·사 간이었기에 노동조합의 자문 노무사이자 노동위원회 사건대리를 맡았던 본인이나 기자에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다. 김 부원장의 행위는 큰 틀에서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김 부원장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한 적이 없음과 ‘노조파괴 전문가’라고 지칭한 사실이 없음에 대한 사실관계를 설명했다. 다만 그 기사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김 부원장은 노동계로부터 그러한 평가를 받을 위험을 자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노동조합 탈퇴에 대한 회유와 협박, 임금체불 소송 취하를 위한 불이익처우 시사, 징계위협 등 5가지의 사안에 대해 대구시지노인전문병원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도 말했다. 대구지방노동청 또한 병원장과 김 부원장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음을 진술했다.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를 말하며,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다.

적시된 사실이 진실일 경우, 또는 세부적으로는 약간의 차이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중요 부분이 진실과 합치되는 경우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공공의 이익이라는 것은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 뿐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을 포함한다.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무원 내지 공적 인물과 같은 공인인지 아니면 사인에 불과한지가 중요하다.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피해자가 그와 같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그 표현에 의해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그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여러 사정에 비춰 판단된다.

김 부원장은 노동계로부터 노동조합에 대한 편향된 인식으로 부적절한 노사관계를 주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건의료노조 대구시지노인전문병원지부의 주요 요구사안 중 하나가 김 부원장의 퇴진이었다. 노인병원 위탁기관인 대구시마저도 김 부원장의 퇴진을 권고한 바 있다.

한편 김 부원장은 노조 간부가 이 고소의 부적절성을 지적하자, 기자나 본인이 사과를 하면 고소를 취하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필자는 사과할 행위를 한 바 없고 사과할 의사 또한 없음을 명확히 했다. 기자는 “이번 사건의 재판과정에서 김 부원장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사과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본인은 공인노무사 생활 10년 동안 노동조합을 자문하면서 협력과 견제·균형의 노사관계를 주문해 왔다. 대구시지노인전문병원지부 분쟁에서도 노동조합측에 병원의 행위를 표현함에 있어 가급적 완곡한 표현을 사용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을 겪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사건의 대리인이 피고소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사건의 대리인이 고통의 대리인이 된 격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기자 정신’이 있어 희망과 함께 따뜻함을 느낀다. 검찰과 법원의 객관적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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