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11월20일 군대갑니다. 그렇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김형근(26·사진)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이 임기를 1년여 남기고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그가 SNS를 통해 입대를 알리는 글을 올리자 ‘폭풍 댓글’이 달렸다. 갑작스런 입대소식에 댓글엔 안타까움과 서운함이 묻어났다. 병무청에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나선 조합원도 있었다. <매일노동뉴스>가 19일 오전 입대를 하루 앞두고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는 김형근 사무국장을 서울 영등포구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청년유니온은 사회단체? 노동조합!

“처음엔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다들 이해하고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했어요. 제가 없어도 청년유니온 활동에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 사무국장은 올해 2월 청년유니온 임원선거에 한지혜 위원장과 함께 단독 입후보해 당선됐다. 임기는 2014년 2월까지다. 내년 2월께 보궐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임기를 시작할 당시보다 조합원이 150여명 늘어 현재 600여명이다. 그는 “총선을 치르면서 청년유니온이 언론의 주목을 받아 조합원이 늘어난 반면 총선 이슈에 휩쓸려 청년유니온만이 할 수 있는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치적인 이슈 대응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청년 비정규직 실태조사나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 등 청년유니온이 초창기에 했던 활동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평가에 따라 ‘청년유니온답게’ 발로 뛰는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청년 알바생 실태조사와 업종 조직화에 나설 예정이다. 경제민주화2030연대와 양대 노총·노년유니온과 ‘세대간 협약’ 체결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함께 고민했던 것을 직접 풀지 못한 채 자리를 비우게 돼 아쉬움이 남지만 다른 한편으론 2년 뒤에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으면 좌절할 것 같은 미묘한 기분”이라며 웃었다.

“청년유니온은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가지는 성격 가운데쯤 있는 것 같아요. 기존 노조와 다른 점은 특정 사업장을 기반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이죠. 조합원의 사회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교섭 방향이 기존 노조들과 다를 수밖에 없어요.”

청년유니온은 올해 8월 서울시와 사회적 교섭을 시작했다. 김 사무국장은 “우리는 ‘사회적 교섭’이라 말하고 서울시는 ‘정책 협약’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이름을 붙이든 그곳에서 청년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과 서울시는 다음달 교섭 합의안을 중간 발표할 예정이다. 청년일자리 기본계획과 청년일자리 조례제정을 통해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들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청년문제에 답을 제시할 수 있는 노조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6일 청년유니온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 설립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구직자도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으로부터 청년유니온 노동조합 설립신고서가 반려됐다는 우편이 도착했다. 지난달 2일 청년유니온이 노동부에 다섯 번째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고 두 차례 보완요구서와 답변서가 오간 후 내려진 반려 통보였다. 그는 “입대 전 서울고법의 판결이 나와 기쁘다”면서도 “노동부는 여전히 구직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노동부는 안내서를 통해 “우리부는 청년유니온이 비영리법인 등으로 인가를 신청하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할 경우 지원할 수 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사무국장은 “노동부에서는 청년유니온을 노조가 아닌 비영리단체로 등록해 활동하라고 말하는데 우리 활동을 낮춰보는 것”이라며 “청년유니온이 합법 노조로 인정받으면 지자체나 프랜차이즈 업체 본사와 교섭을 통해 실질적으로 많은 것을 바꿔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노동 문제를 다룬 통계가 많이 나오지만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는 어떤 것인지, 먹고 살 수 있는 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답을 당사자들이 마련해야 한다”며 “청년유니온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끌어내고 청년문제 해결에 던져지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