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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서울시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교육현장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겠다"

"한 걸음만 더 가까이/ 아이들에게 가자/ 눈을 맞추되/ 까만 눈동자에 내 얼굴 비칠 때까지/ 다가가자."

이수호(63·사진)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사무실을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시구가 눈을 잡아끈다. ‘한 걸음만 더 가까이’란 제목의, 이 후보가 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하면서 쓴 시란다.

이 후보는 “항상 ‘무엇을 위해서 이 일을 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며 “행정이 행정으로 끝나고, 높은 데만 찾아다니면 안 된다. 아이들과 현장으로 달려가야지 비로소 제대로 된 교육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일매일 그런 마음을 다지기 위해 시를 써 방에다 붙여 놨다는 얘기다.

3연으로 구성된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한 목소리로 읊는 이 후보의 얼굴이 사뭇 결연해 보였다. 아이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서울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한 뒤 민주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선출된 이 후보를 지난 16일 오후 서대문구에 위치한 선거캠프에서 만났다.

-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되면 민주노총·전교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선출직 공직에 나서는 것인데.

“교육노동자로, 교사로 한평생을 살아왔다. 교사의 신분과 자격으로 학교 현장을 개혁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교육운동을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전교조 운동을 했고, 전교조 위원장이 됐다. 또 사회를 바꾸지 않으면 교육도 바꿀 수 없겠다고 생각해 노동운동에 관여하고 (민주노총)위원장이 됐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종합하고 조정하는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익히고 훈련해 왔다. 이런 경험들이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긍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보수-진보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대선과 함께 치러지면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더 선명하게 보이게 됐다. 각 진영이 교육철학과 교육정책, 방향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극명하게 보인다. 결국 대선후보와 러닝메이트 형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교육정책과 교육철학은 곧 대선후보의 교육정책에 반영될 것이다. 보수의 경쟁논리와 진보의 혁신교육이 맞붙어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서울교육의 혁신이 멈춰서는 안 된다는 서울시민들은 진보의 혁신교육을 지지할 것이라 믿는다.”

- 지난 경선 과정에서 ‘전교조 불가론’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전교조가 교육을 위해 헌신한 활동에 대해 보수진영에서 나쁘게 평가하고 덧칠한 게 많았다. 보수진영이 전교조나 민주노총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논리에 (진보진영도) 얽매인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교육운동이 우리 교육에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대중들로부터 평가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실제 혁신학교도 전교조가 참교육 실천운동으로 꾸준히 추진했던 작은 학교 운동의 연장선에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도 전교조가 교육 비리와 부정을 척결하는 역할 등 순기능적 역할을 많이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다.”

-‘전교조 불가론’에 맞서 ‘교수 불가론’을 주장했는데.

“그동안 교육행정의 수장을 주로 관료들이나 외국에서 이론을 배워 온 학자들이 맡아 왔는데, 현장과 잘 맞지 않아 많은 정책 오류와 혼란을 초래했다고 본다. 지금 학교를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교수 불가론'이 교수 출신 교육감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 출신들이 교육감이 되는 과정에서 교수 출신 진보교육감들이 좋은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줬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학교 형편이나 변화된 시대에 맞게 현장 교사 출신들이 교육 수장을 맡아서 할 때가 된 게 아닌가 하는 그런 뜻이었다.”

- 곽노현 전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곽 전 교육감이 추진하던 정책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대표적인 ‘곽노현표’ 정책이 서울형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무상급식이다. 이 세 가지 정책의 방향성과 목표가 좋기 때문에 보완해서 유지·발전시켜야 한다. 다만 시행하는 과정에서 현장과 긴밀한 대화 또는 설득, 구체적인 소통과 합의는 부족했다고 본다. 현장의 고민을 너무 간과한 측면이 있었다. 이런 점을 보완할 것이다.

또 ‘곽노현표’ 정책 가운데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안 된 게 학교비정규직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다른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감이 학교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했는데도, 서울에서는 못했다. 곽 전 교육감이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반대하는 관료들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전교조 위원장을 하면서 노동 분야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게 됐다. 노동자에 대한 이해도 있다. 그런 마음으로 학교비정규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성실히 교섭하겠다. 법에 따라 직접고용을 한다거나 처우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잘 협의하면서 풀어 나가겠다.”

- 보수진영 후보로 나선 문용린 후보의 약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문 후보는 상층관료 출신이면서 외국에서 공부한 학자 출신이다. 현장과 맞지 않다. 현장을 잘 모른다. 문 후보는 교육부 장관 시절에 소위 사교육 문제를 얘기하면서 ‘저소득학생의 과외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현실과 맞지 않은 발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재임 당시 자립형사립고 정책을 입안한 분이다. 수월성 교육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경쟁교육을 부추긴 대표적인 교육정책이다. 그럼 점에서 (문 후보는) 여전히 현장과 괴리된 후보이지 않나 싶다.”

- 학교붕괴 우려가 적지 않다. 학교폭력 문제도 심각하다. 해결방안이 있나.

“과도한 경쟁교육이 줄 세우기 교육이 되고, 그런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폭력으로 나타난다. 학교를 공동체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이나 교사, 학부모들의 자주성을 존중해야 한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정해진 방침대로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의논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혁신학교는 교육주체들 간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선사고등학교의 경우 학생·학부모·교사가 서로 경영 협약을 맺어 학생인권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생활하는 데 기준을 정해 큰 부딪침 없이 운영하고 있다. 선사고의 사례를 확장시킨다면 좋지 않을까. 학교를 마냥 성적과 경쟁, 입시만 있는 살벌한 전쟁터가 아닌 정이 있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후 역점을 두고 펼치고 싶은 정책은.

“사실 당선되면 남은 임기가 1년6개월이다. 그 기간 동안 무리하게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서 밑으로 내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열악한 교육상황 속에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학생·학부모·교사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현장과 자주 접촉하면서 충분히 대화하고 새로운 정책방향을 모색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울형 혁신학교 사업은 보완·추진해 나갈 것이다.”

- 초등학교 조카들을 둔 이모 입장에서 초등학생들의 숙제를 줄여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숙제와 시험이 경쟁과 연결되기 때문에 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쉼표가 있는 학교’, ‘휴식이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문용린 후보가 제시한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 공약도 좋은 정책이라고 본다.”

- 교육철학을 소개해 달라.

“일방적으로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가는 게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에 많은 덕목이 있지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품성을 키우고,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는 게 교육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본다. 그래서 그런지 제자들과 관계가 좋다. 학생들이 '경쟁하는 공부'가 아니라 '협조하는 공부'를 하게 만들어서 성적을 다함께 올린 경험도 가지고 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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