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저기 철탑은 최병승 천의봉이 오른 송전탑이 아니다. 공장 담벼락 안에 서 있으며 사다리 잘려 나간 지가 오래, 철조망도 모자라 감시카메라 눈초리까지 매서워 해고자, 비정규 노동자 몇몇이 오르지 못할 철탑이다. 까치집 땅으로부터 아득한 농성 철탑 아니지만 수만 볼트 전깃줄 지고 서 있기는 다름없어 철탑은 매한가지다. 같은 일을 한다. 이 겨울, 사람들은 울산이며 또 어디 송전탑을 생각한다. 누구라도, 언젠가 또 오를 거기 까마득한 철탑을 떠올린다. 같은 처지 사람들이 깃발 들고 철탑을 지난다. 철탑을 향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