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택용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 김소연 전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이 대선에 출마했다. '투쟁하는 노동자 대통령 후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선 출사표를 낸 그날부터 전국의 투쟁 현장을 돌며 풍찬노숙을 하고 있다.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웠던 14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김소연 후보를 만났다. 인터뷰를 하면서 김 후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싸우겠다”였다. 보통의 대선후보들이 “~해드리겠다”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무엇을 위해, 누구와, 어떻게 싸우겠다는 것일까.

- 대선에 출마한 이유를 밝혀 달라.

“분열되고 무너진 현장을 투쟁과 연대로 묶어세우면서 노동정치도 함께 복원해야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대선이 있었다. 현장에서는 ‘표 줄 사람이 없다’, ‘그놈이 그놈’이라며 아우성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들더라. 그래서 지난달 13일 활동가대회에서 투쟁하는 노동자 대통령을 세우고 대선투쟁을 통해 노동현장과 노동정치를 복원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기존의 분열하고 무너진 노동정치만 있는 게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 내가 후보로 나서기로 했다. 이번 대선에서 뭐라도 한 번 해보자고 얘기하고 다녔는데, 막상 ‘나는 못하겠다’고 하면 모순이지 않나.”

- 대선후보로 나서기 부담스러웠을텐데.

“당연히 부담스럽고 두려웠다. 백기완 선생님을 찾아갔는데 선생님이 ‘말로는 노동자가 주인이라고 하면서 머릿속은 안 그런 게 아니냐’고 말씀하시더라. 뜨끔했다. 입으로는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라고 하면서 막상 나 스스로 ‘노동자가 할 수 있을까’ 의심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반성했다. 선생님께서 주눅 들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할 말 다하라고 하시면서 ‘생명이 생명 아닌 것과 싸워라’고 하셨다. 자본과 싸우라는 말씀이신 거다. 그 말씀을 듣고 힘을 많이 얻었다.”

- 현장 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찍을 사람이 없었는데 잘 됐다’며 좋아하는 분들도 많더라. 실제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의당이나 공공연히 사퇴를 전제하고 출마하지 않았나. 중도사퇴 할 후보를 어떻게 지지하겠나.

김소연에게 한 표를 줄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노동자들에게 ‘다시 해볼 수 있겠다’는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좌파모험주의’라는 비판도 있다.

“전날 부산에 갔는데 누군가 ‘노동자 후보가 나오면 (어부지리로) 박근혜가 당선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더라. 그 정도로 우리 영향력이 컸으면 좋겠다.(웃음)

중요한 건 지배세력에 의해 모든 게 통제되는 시스템 속에서도 늘 저항하는 민중이 있었다는 거다. 노예제·봉건제 사회에서 저항하는 민중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역사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우리 사회 모순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은 1 대 99다. 소수 1%와 다수 99%에 대해 얘기하는 걸 ‘모험주의’라고 한다면 다른 무슨 얘기들을 할 수 있겠나. 권력의 힘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걱정도 많지만 결국 이러한 싸움이 사회를 바꿔내는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저항하는 이들로부터 역사는 바뀌어 왔기 때문에 그 믿음을 가지고 싸워나가는 게 중요하다.”

- 정책과 공약을 소개해 달라.

“대단한 정책이 있는 게 아니라 그동안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정리된 요구가 있다. 밤에는 잠 좀 자자, 철거민들의 주거권 확보·강제철거 금지, 장애인들의 활동보조인 24시간 보장·등급제 폐지 등 이들의 목소리가 우리의 공약이자 정책이다. 지난 6년 동안 비정규직 투쟁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 모든 투쟁이 ‘자본과의 싸움’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돈 중심의 가치냐 인간과 생명 중심의 가치냐, 그 선명성을 가지고 싸워보자는 거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자 구도에서 노동은커녕 진보정당도 낄 수 없는 판이 만들어졌는데.

“미국 대선을 보면서 우리도 미국식 양당구조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롬니나 오바마가 얼마나 차이가 있나. 전쟁도 계속하고 있고, 그 속에서 노동자 민중은 고통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오바마를 또 선택할 수밖에 없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똑같이 가고 있다. 노동자 민중의 희망이었던 민주노동당은 지금 완전히 분열되고 무너진 상황이다. 진보정당 후보들은 처음부터 야권연대와 사퇴를 전제로 출마했는데, 누가 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겠나. 이러니 문재인이나 안철수 후보가 더 기세등등해서 이 쪽의 얘기는 듣지 않는 거다. 다만 이들이 현재 비정규직·정리해고 문제에 관심을 갖는 건 현장 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외면하고 가서는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행보를 취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마저도 확실하게 '좌클릭'한 후보가 없기 때문에 나중에는 다 원상복귀할 거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완주 원칙을 가지고 싸우는 후보가 있는 게 중요하다. 많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지만 대선이란 블랙홀에 빠지고 있는데, 대선후보가 이들과 함께 싸우면 조금 더 낫지 않겠나.

요즘은 어떻게 하면 ‘투쟁하다 구속되는 노동자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웃음) 어쨌든 저항하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를 봐주지 않는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구도로만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다.”

-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민주노총이 만들어진 이래로 정치방침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다. 그러다보니 너도나도 문재인 캠프·안철수 캠프로 미안한 기색도 없이 뻔뻔스럽게 가지 않나. 통합진보당 때문에 희망이 없어진다는 사람도 있더라. 절망스러운 조건이다.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에 지지·지원에 대해 계속 얘기해 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민주노총 조합원이고 대선판에서 어떻게든 한 번 싸워보자고 하는데 그냥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조직 간부들도 아니고 공조직 시스템으로 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출마에 대해)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밑바닥, 현장에서부터 모아가는 힘들이 소중하고 더 탄탄해질 거라고 믿는다.”

- 노동자들의 지지를 모아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정치 희망버스’에 시동을 걸 생각이다. 지난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갈 지 아무도 몰랐다. 그 사람들이 모두 누구의 지침에 의해 간 게 아니었다. SNS을 통해 알음알음 알고 간 사람들이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김진숙을 살리자고 모였던 그 힘이 여전히 살아있을 거라 믿는다. 이제 김정우·최병승·천의봉을 살리는 길에 함께하자고 호소할 거다. 전국을 돌며 천만 비정규 노동자들과 고통 받고 있는 정리해고 노동자들, 철거민, 강정마을 모두를 살리는 길에 나서자고 얘기할 거다. 땀과 눈물, 분노를 모아 온몸으로 얘기하고 싸운다면 그 진정성이 전달될 거라고 본다. 그 힘을 모아 서울로 올라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 땅 민중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이 땅에서 배제되고 쫓겨 난 사람들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그래서 이 정치 희망버스를 ‘모두를 살리는 정치 희망버스’라고 부르고 싶다.”

- 대선후보 등록을 하려면 기탁금 3억이 필요하다.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나.

“사실 이달 25~26일 후보등록 하는 게 관건이다. 우리가 조직적 방침을 가지고 밑으로 내리는 방식으로 뛰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 또한 6년 동안 싸운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가진 게 없다. 결국 십시일반인데, 이렇게 마음을 모으는 과정도 투쟁의 과정이라고 본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열망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시면 아마 무난하게 후보 등록을 할 수 있지 않을까.(웃음)”

- 국민에게 한 마디.

“이미 사회적으로 정리해고·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확산이 돼 있다. 새누리당까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거짓이란 게 드러났고, 문재인·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그들 중 누구 하나 정몽구·이건희에게 ‘당신 이렇게 하면 안된다’, ‘잘못을 시정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이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당사자와 함께 싸워나가는 수밖에 없다. 누구도 우리를 대신해주지 않는다. 노동자·민중들과 함께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노동자 대통령이라고 해서 결코 협소하지 않다. 내 삶이 노동자의 삶이기 때문에 이 사회의 여러 가지 모순과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알고 바꿔나갈 수 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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