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주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1. 사건의 개요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사건의 개요

학습지노조 조합원들인 원고 교사들은 짧게는 8년 길게는 15년 동안 (주)재능교육 학습지교사로 일해 왔다. (주)재능교육은 학습지노조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전국학습지노조에 운영비(조합비)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거나, 2007년 12월21일부터 노조의 농성에 지속적으로 가담했다는 사유로 2010년 8~12월 잇따라 원고들에게 위탁사업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원고 교사들과 학습지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원고 교사들은 근로기준법(근기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고, 원고 학습지노조는 노조법상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 판정을 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마찬가지 이유로 재심신청을 각하 판정했고, 원고 교사들과 학습지노조는 2011년 6월28일 서울행정법원에 중노위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서울행정법원은 2012년 11월1일 이 사건에 대해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했고, 판결이유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고 교사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주)재능교육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 근기법상 근로자와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은 달리 볼 필요가 있으므로 원고 학습지노조는 노조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하고 원고 교사들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셋째, (주)재능교육이 위와 같은 해지사유를 이유로 원고 교사들에 대해 이 사건 위탁사업계약의 해지를 통보한 행위는 노동조합 가입 또는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으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원고 학습지노조의 산하지부인 재능지부를 와해시키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므로 무효이다.

2. 학습지교사와 학습지노조에 대한 종래 판례

대법원(1996.4.26. 선고 95다20348)은 “학습지교사는 회사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지 않고, 회사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제공의 대가로서의 임금이라 보기 어려우며, 업무수행 시간의 정함이 없는 점 등을 볼 때 회사와의 사이에 사용·종속 관계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05년 11월24일 나온 대법원 판결(선고 2005다39136)은 위 판결과 마찬가지 이유로 “학습지교사는 회사와 사이에 사용·종속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볼 수 없으므로, 학습지노조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구성된 단체로서 노조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대법원은 학습지교사가 근기법상 근로자인지와 학습지노조가 노조법상 노동조합인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사실상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3. 근기법상 노동자와 노조법상 노동자에 관한 논의

가. 관련법령

근기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법 제2조 제1호는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 종래 학계의 논의 및 최근 하급심 판결

종래 학계에서는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과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은 근로자 보호를 위한 방법론적인 차이에 불과하고 판단기준에 차이가 없다는 견해와, 법률의 규정이 상이하거나 고용형태의 다양화 및 비전형적 근로관계의 등장 등을 이유로 두 법의 근로자 개념이 구분되고 노조법의 입법 목적을 근거로 노조법상 근로자가 더 넓은 개념이라는 견해가 있었다.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에 관한 대법원 및 하급심 법원의 판단은 입법목적과 규정의 차이를 근거로 노조법상 근로자를 근기법상 근로자보다 넓게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 왔다. 최근 하급심 법원 판결(서울고등법원 2011. 8. 26. 선고 2009나112116 골프장 경기보조원 부당징계무효확인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2. 2. 9. 선고 2011구합20932 청년유니온 노동조합설립반려처분취소 판결)에서는 두 법의 근로자 개념이 상이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4. 대상판결의 의의와 한계

가.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①근기법과 노조법은 입법목적에 따라 근로자의 개념을 상이하게 정의하고 있고, ②노조법상 근로자 정의는 근기법상 근로자 정의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봤다. ③노조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노무를 공급받는 자에 의해 노무공급계약 내용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는지 여부’, ‘노무를 공급하는 근로자가 노무를 공급받는 자의 사업에 불가결한 요소로 편입됐는지 여부’ 등을 주된 평가요소로 고려했다. 근로자와 노무를 제공받는 자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④경제적 약자인 1인 사업주 내지 특수형태근로자와 같은 노무공급자들에게도 집단적으로 단결해 노무를 제공받는 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의 조건 등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헌법 제33조의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근거로 근기법상 근로자와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종전 대법원 판결(2005. 11. 24. 선고 2005다39136 판결)과 달리 “학습지교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이며 학습지노조는 노조법상 노동조합”이라고 판단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의미는 첫째 근기법과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이 상이하다고 판단하고 구체적인 표지를 적시했다는 것이다. 둘째 특수형태근로자의 경우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고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활동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했다는 점이다. 셋째 특수형태근로자가 노동조합 조직·가입·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 통보를 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이고 계약 해지 통보는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실익은 10만 학습지교사들은 합법적인 노동조합인 학습지노조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고, 학습지회사들은 학습지노조 내지 지부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지회사들은 학습지교사들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불이익을 주거나 지배·개입 등 부당노동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노동조합 가입·활동을 이유로 한 학습지회사들의 불이익 취급은 무효이고 불법행위를 구성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 대상판결의 한계

대상판결에서 아쉬운 점은 학습지교사들이 회사에 상당히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정한 노무를 제공해 온 점을 인정하면서도, 원고 교사들을 포함한 학습지교사들이 국가의 관리·감독 아래 근로기준법의 각종 보호제도를 전면적으로 적용해야 할 정도로 직접적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노무제공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국가의 관리·감독 아래 근로기준법의 각종 보호제도를 전면적으로 적용해야 할 노동자의 범위는 헌법의 규정·취지에 비춰 판단해야 마땅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①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③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④항은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습지교사들은 회사에 의해 소속 지국과 관리회원을 배정받고, 매주 3회 오전 지국에서 조회를 해 영업방침·업무지침 등을 전달받고 교육을 받으며, 회사의 교재로 회사에서 정해 준 한 과목당 10분의 시간 동안 회원들을 가르치고 있다. 회사는 학습지교사 홈페이지에 채점 결과를 입력해 자동으로 다음 진도를 부여해 주고, 교사는 회원관리카드를 작성해 지국장의 지시를 받고 겸직이 금지된다. 또 학습지교사는 다른 사람을 사용해 업무수행을 대체할 수도 없다. 따라서 학습지교사는 대한민국이 마땅히 관리・감독해 근로기준법의 각종 보호제도를 전면적으로 적용해야 할 노동자로 봐야 한다.

4. 나가며

재능교사노동조합(2006년부터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은 99년 고용노동부에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했고 법원은 13년 만에 학습지노조가 노조법상 노동조합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학습지교사가 근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미 현실에서 학습지교사는 대한민국이 마땅히 관리·감독하고 보호해야 할 노동자다. 입법·사법·행정부는 헌법의 취지를 존중해 학습지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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