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단의 금융보험계열사가 최근 4년 새 절반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자본 계열사를 통한 지분참여 비중이 금융자본의 세 배에 달해 제도보완 요구가 제기된다.

경실련은 8일 "재벌집단의 지분 및 출자현황에 대한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금융보험계열사 숫자가 최근 크게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산업자본 비율 등을 감안했을 때 지분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자회사 자산 총 합계액이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금융보험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는 29개 재벌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농협·미래에셋·교보생명보험·한국투자금융 등 금융 전문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실련의 조사 결과 재벌집단이 소유한 금융보험계열사는 2008년 74개에서 올해 112개로 51.4% 증가했다. 가장 많이 증가한 재벌집단은 롯데그룹과 KT로 각각 7개의 금융보험계열사를 늘렸다. 이들 계열사의 전체 자본금(15조3천억원)에서 총수일가의 지분은 2.5%(4천억원)에 불과한 반면 계열회사를 통한 지분보유액은 7조7천억원(50.5%)이나 됐다. 이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으로 구분해 보니 37.2%가 산업자본이었다. 금융자본(13.2%)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금융보험계열사가 산업자본 계열회사에 재출자한 금액은 3천49억원으로 전체 재출자 금액(2조3천억원)의 13.3%를 차지했다. 산업자본에 대한 출자비율이 가장 높은 재벌집단은 대한전선과 이랜드로 각각 100%를 기록했다. 출자금액이 가장 큰 재벌집단은 삼성(2천46억원)으로 조사됐다.

경실련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에서 재벌집단은 은행을 제외한 카드·보험·증권·저축은행 등으로 계열사를 확장한 뒤 가공자본을 통해 다시 계열사 확장에 나서는 등 경제력 집중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과 재벌집단에 대한 새로운 금산분리 원칙, 자본성격에 따른 계열분리명령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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