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최병승법을 추진하겠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불법파견이라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와도 기업에서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법원의 정규직 판결을 강제로 이행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최병승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최병승법이란 말은 지난 7월 대법원의 최병승 판결 2주년이 될 즈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말했었다. 그때 문재인 후보는 “파견법 등을 개정하고, 하급심만으로도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제도화(일명 최병승법 제정)해 노동자를 상대로 한 사업자의 소송남발 관행을 막겠다”고 밝혔다. 뭘 알고 말하는 걸까. 어떤 거라도 불법파견 비정규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니 나야 당연히 찬성이지만 말이다.

2. 그런데 지금 현대차 비정규직 상태를 알고 하는 말일까. 과연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불법파견이라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와도 기업에서 이행을 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서” 최병승과 천의봉이 철탑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는 건가.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근로가 불법파견이라서 최병승이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건 분명하다. 그런데 그 대법원 판결은 현대차가 사용자가 아니라고 해서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취소하라는 확정판결이었다. 그래서 중앙노동위원회는 그 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그 재심판정을 취소하고서 현대차가 사용자라고 부당해고라고 새 판정을 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서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지금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에 있다.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어도 그것은 기존 중노위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는 확정판결이었던 것이고, 현대차의 막장소송 대응으로 새 중노위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이행할 상태에 있지 못하다. 이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제도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거기서는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에 대한 구제명령만 가능하다. 직접 근로관계상 법률관계를 발생 또는 변경시키는 힘이 없는 제도다. 해고무효, 근로자지위 확인 등 민사소송과는 다른 것이다.

그리고 “불법파견이라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와도 기업에서 이행을 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고 말했으나, 지금 현대차를 제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가진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은 형사처벌이다. 최병승 사건에서 대법원이 현대차 생산공정 사내하청근로는 불법파견이라고 확정판결로 인정했기 때문에 수사기관, 즉 노동부와 검찰은 기존에 현대차 사내하청근로가 파견이 아닌 도급이라고 했던 자신들의 파견과 도급에 관한 판단기준을 폐기해야 한다. 이제 대법원 판결의 판단기준에 따라서 현대차 사용자를 수사해서 기소해야 한다. 현대차의 파견법 위반사건은 징역 3년 이하 등으로 처벌하는 범죄다. 그 범죄행위가 십여년 동안 계속됐고, 약 1만명에 이르는 파견 근로자를 사용해 왔다. 퇴직한 현대차 관리자 등을 통해 사내하청업체를 만들게 해서 공급받아 왔다는 점에서 그 범죄행위가 대단히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다. 대법원 판결로 불법파견이라고 명백하게 판단했음에도 지금까지 불법파견을 인정하고서 시정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이 나라에서 수많은 사업장 사용자들이 현대차의 방법을 따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벌백계로 다스릴 필요가 크다는 점에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의 실형에 처해야 마땅하다. 그러니 파견법 위반의 현대차를 제재할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것이 아니다. 너무도 강력한 구체적인 방안이 이미 있다.

문재인후보는 “하급심만으로도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또 뭔가.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가 하급심판결만으로는 최병승에 대한 권리구제가 되지 않아서 문제였다는 건가. 하급심인 서울행정법원·서울고등법원은 최병승 등 현대차 생산공정 사내하청 근로가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했던 거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의 새 판정은 아직 하급심판결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러니 뭔가. 지금 추진하겠다는 최병승법은 정작 최병승에게는 해당사항 없다는 것이다.

3.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대선후보들에게 공개질의했다. 그리고 대선후보들은 답변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우리 공동체 사회의 기본질서(문재인) 또는 법치국가에서 법원의 판결은 이행되고 지켜져야 하는 것은 상식의 문제(안철수)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대로 조속히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거나(안철수),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그 취지에 맞게 즉각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고용의제를 이행해야 한다”고 한 후(문재인),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고(문재인) “고용노동부는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발휘해 법원의 판결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안철수) 말했다. 그리고 답변한 후보 모두가 소송남용을 규제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했다.(심상정·안철수·문재인) 형사처벌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수사해서 파견법 위반이 있으면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문재인·안철수·심상정)

또한 심상정 후보는 형사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현대차와 같이 장기간 방치한 경우는 사업주의 구속수사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것이 지금 이 나라에서 현대차 불법파견문제에 관해 대선을 앞두고서 최병승법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야권후보들의 답변이다. 단일화든 뭐든 집권 새누리당의 후보를 물리치고서 대권을 차지하고자 표를 달라고 내세우고 있는 야권후보들의 답변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을 이행해야 하고, 고용노동부나 검찰은 법대로 법집행을 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의 소권남용을 규제해서 하급심 판결을 곧바로 이행하도록 하겠다. 심상정 후보는 구속수사 제도화 등 형사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고 집행하는 것이야 법대로 하는 것이니 그들이 말하는 정책은 최병승법을 통해서 소권남용을 규제해서 하급심 판결을 사용자가 일단 이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언급한 것처럼 지금은 최병승조차도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4. 지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철탑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는 최병승·천의봉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외치고 있다. “불법파견 중단하고 정규직 전환해라.” 이것을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은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현대자동차에서 불법파견을 중단하고 정규직 전환을 해낼 수 있는지에 관해 대답하면 된다. 파견법은 현대차에서 파견근로의 사용을 금지했고, 이를 위반해 사용하는 파견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법대로고 이 법상의 노동자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구제신청과 소송 등 권리구제 제도를 두고 있다. 파견법을 위반한 파견근로의 사용을 범죄행위로, 사용자를 범죄자로 국가는 형벌권을 행사해서 처벌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최병승은 해고를 당하자 구제명령을 해 달라고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던 것이다. 그 제도는 해고가 무효라고 그래서 현대차의 근로자라고 사법상의 법률관계를 발생 또는 변경시키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만약 최병승이 법원에 해고무효확인·근로자지위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했더라면, 그래서 불법파견이 아니라며 현대차가 사용자가 아니라고 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하고서 대법원이 불법파견이고 현대차가 사용자라고 확정판결했다면 그때부터 당연히 최병승은 현대차의 근로자로서 인정돼서 현대자동차는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제도는 신속하게 비용 없이 노동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로 노동법이 특별히 마련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결국 현대차가 제기한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서, 그리고 이와 별개로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게 했다. 최병승 등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 나아가 노동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제도를 고민했다면 바로 이것이 문제라고 제대로 파고들어야 했다. 지노위·중노위·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 그리고 다시 중노위·행정법원 등 벌써 7심 절차를 거쳐야 했던 이 나라 노동자 권리구제 제도인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제도를 폐지하고, 노동자권리 구제제도로서 통일적으로 노동법원을 도입하는 방안으로 제기했어야 했다. 그것을 전제로 노동법원 1심에서 노동자 승소시 일단 사용자의 이행을 강제하는 제도의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현행 파견법이 그 위반에 대해 징역 3년 이하 등으로 처벌하고 있어 그 법정형이 높지 않아서 지금 현대차가 파견법 위반의 범죄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집권하면 고용노동부·검찰 등을 통해서 제대로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하면 되는가. 새누리당이 집권하고 있으니 제대로 법집행이 되지 않는 것이고 민주통합당이 집권하게 되면 법집행이 된다고 그래서 파견법 위반으로 진짜 사용자 현대차 아무개도 처벌받게 되는가. 그러나 이미 노무현 정권에서 노동부와 검찰은 현대차 불법파견 고소·고발사건을 수사해서 도급이라며 무혐의 처분을 했다. 그때 권력기관이 만든 도급과 파견의 판단기준에 따라 지금까지 파견법 위반을 판단하고 집행해 왔다. 설사 민주통합당이나 야권단일후보 아무개가 대통령이 돼서 현대차 불법파견에 관해 이번에 답변한 것처럼 법집행을 한다고 해도 다른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권력의 법집행 의지의 문제로 되고 만다. 문제는 파견법 위반을 수사기관이 제대로 법집행하지 않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검찰로는 수사권 행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까지 수많은 노동사건에서 그렇다.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자대표가 참여하는 노동사건 수사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이 나라에서 노동자 권리구제 제도와 사용자의 파견법 위반 등 노동법 집행을 위한 수사제도 확립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그런데 최병승법은 지금 이런 걸 모두 버리고서 변죽만 울리고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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