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효현
금융감독원지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4일 금융개혁 정책으로 금융감독원을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으로 이원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추효현(40·사진) 사무금융노조 금융감독원지부장은 5일 오후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후보는 평소 자신의 신중한 이미지를 무너뜨릴 만한 섣부른 공약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추 지부장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금융감독 기구 운영에 ‘쌍봉형(Twin-Peaks)’을 도입한 곳은 호주·뉴질랜드 등 극소수 국가들 뿐이다. 쌍봉형은 안 후보의 공약처럼 금융감독을 건전성 부문과 영업행위 부문으로 나눠 2개의 기구가 각각 담당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추 지부장은 “두 기구 사이의 사각지대와 책임회피로 지난 2001년 호주에서 2번째로 큰 보험회사가 파산해 6조원의 금융손실을 냈다”며 “2003년 호주 의회가 쌍봉형의 문제점을 제기한 이후 해외 학계와 각종 저널에서 이를 불안정한 모델로 인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추 지부장은 특히 금감원이 분화할 경우 조직에 관료적 색채가 짙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애초에 금융감독원을 설립한 것은 금융감독 권한을 공적 민간기구에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직이 분화하면 자리가 늘고 결국 금감원은 금융관료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 지부장은 이어 “97년 외환위기 이후 강만수·김석동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이 쌍봉형 모델”이라며 “금감원의 후퇴를 가져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잘라 말했다.

안 후보의 금융안정위 신설방안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는 금융안정위에 금융감독 유관기관을 참여시켜 리스크 관리에 나서겠다고 말한 바 있다. 추 지부장은 “현재도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감원·감사원·한국은행이 의견충돌과 권한다툼으로 연일 삐걱대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성격이 비슷한 금융정책협의회가 파행 운영돼 카드대란과 론스타 문제를 야기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 후보의 공약에 대해 “금융개혁을 위해 관치청산과 금융자본의 탐욕, 금융소외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안 후보가 금융에 대한 전문적인 인식 없이 주위 입김에 휘둘린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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