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운동이 시작됐다. 양대 노총과 복지국가소사이어티·투기자본감시센터·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2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국민연금 바로 세우기 국민행동'(연금행동)을 발족하고 범국민운동을 시작했다. 노동·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사회운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공성이 무너진 국민연금 운영방식을 개혁해 연금의 사회적 투자를 강화하고 연금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꿔 내겠습니다."

정용건(49·사진)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이 제시한 연금행동의 활동목표다. 정 위원장은 5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수익성 위주의 투자로 인해 연기금 운영방식이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고착화됐다"며 "가입자 중심의 사회적 수익을 위한 구조로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부위원장인 정용건 집행위원장은 지난 2008년부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연금행동의 올해 목표는 △국민연금 국가 지급보장 책임 명문화 △기금운영 지배구조 민주화 △주주권 행사 내용을 담은 법안을 연내에 통과시키는 것이다. 연기금은 올해 3월 기준으로 364조원을 넘었다. 국내총생산(GDP)의 30%에 달한다.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연기금의 투자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없고, 사용내역조차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투자상품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연기금 투자상품에 대한 정보공개 수준을 세계 평균에 이르도록 국민연금법에 정보공개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입법 청원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도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연금의 운영정보 공개 확대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공무원·군인연금처럼 국가의 지급보장 책임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야 의원들은 이 같은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국회와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정 위원장은 "연금지급 책임 명문화는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것 외에도 기금운용 전반에 대해 국가가 책임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기금운용 지배구조 개편도 시급한 과제다. 기금운용의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는 노동·시민·사회계의 참여가 제도화돼 있다. 하지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들러리 수준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형식화된 기금운용체계를 민주적으로 개편해 연금의 주인이 실질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국민연금의 사회적 성격에 기초한 주주권의 행사방안을 마련해 사회 효용성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행동에 따르면 연기금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연기금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은 미비하다. 투자현황을 보면 재벌과 대기업 쪽에 몰려 있어 국민에게서 걷은 돈을 재벌의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해 연기금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정 위원장은 "근본적으로는 수익성 위주의 기금 투자방식을 사회적 투자로 바꿔 공공보육 등 사회적 투자재원으로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해야 한다"며 "출산율을 높이고 사회양극화를 줄여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금 문제는 모든 세대를 관통하는 문제"라며 "조만간 500조원 달성을 앞두고 있는 연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주인인 시민들이 나서서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금행동은 각계 대표인사 1천인 선언운동과 기금 관련 정부위원회 위원 네트워크 구성, 참여단체 전국 순회교육, 대선 정책요구 발표 등의 활동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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