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정규직, 여자는 비정규직. ' 근로조건이 나쁜 비정규직이 여성으로속속 채워지면서 새로운 양태의 남녀차별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1997년 경제위기 후 기업들은 계약직촵임시직촵파견직 등 비정규직의 비중을 늘리는 고용유연화를 추진하면서 여성을 주표적으로 삼았다. 정규직은 남성을 뽑고 여성은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남성사원은 그대로 둔 채여성사원을 비정규직으로 돌려온 것이다.

A제지공장에서 공정관리를 맡고 있는 여직원 남모(28)씨는 지난해초 신입사원 연수에 참가했다가 깜짝 놀랐다. 신입사원 6명 가운데 남자 2명이정사원, 자신을 포함한 여자 4명은 모두 1년 계약직이었다. 이 회사가 IMF 이후 계속 같은 식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허탈감까지 들었다.

B은행 여행원 유모(24)씨는 3년6개월간 근무하다 1998년초 파트타임제로근무하는 조건으로 명예퇴직했다. 당시 근무하던 부서에서 20명이 이런 식으로 임시직이 됐는데 이 가운데 여성이 14명에 달했다. 비정규직의 90%이상을 여성으로 쓰는 곳도 많다. 과거에는 보험설계사가 주종을 이뤘으나최근에는 학습지교사 도우미 만화제작사 등으로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IMF 직전인 97년 여성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의비율은 62%였으나 지난해에는 69.7%로 늘었다. 또 전체 비정규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절반을 넘어섰다. 이쯤되면 '비정규직=여자'라는 등식이 성립될 만하다.

비정규직이 된 여성근로자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 속에서 '2류 노동력'으로 대우받고 있다.

99년 정사원에서 6개월 단위 계약직 여사원이 된 C가구회사 정모(30)씨의경우 하는 일도 똑같고 업무시간도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로 마찬가지인데 연봉이 1,8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깎였다. 바로 옆에서 일하는 남자직원은 업무가 똑같은데도 정사원이라는 이유로 2,200만원을 받는다. 정씨는 "돈도 돈이지만 언제 잘릴지 몰라 걱정"이라며 애를 태운다.

비정규화에 따른 복지혜택의 차별은 더 심각하다. 학자금 사원주택을 지원받을 수 없게 한 경우는 부지기수이고 여름휴가조차 안 주는 회사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가 비정규직 노조를 추진했으나 대부분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5년 후를 기약해야 할 형편이다.

H통신회사 계약직 여사원 안모(28)씨는 "소속감이 없어 일할 맛이 나지않는다"며 "회사가 돈을 얼마나 절약하는지 몰라도 생산성 저하를 생각하면 손해보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윤진호(尹辰?)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확립하고 고용기간이 지나면 정규고용으로 간주하는 등 보호조치를 강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줄이면 여성의 비정규직화도 자연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원: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안전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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