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현
공인노무사
민주노총
대전충남법률원

지난달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폭로된 창조컨설팅의 문건은 ‘공격적 직장폐쇄→용역깡패 투입→어용노조 설립→민주노조 파괴’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경로를 보여 주고 있었다. 문건은 단지 창조컨설팅의 제안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실제 유성기업의 행동지침이 돼 지난 1년5개월 동안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특히 유성기업이 직장폐쇄 기간 중 설립한 ‘유성기업(주)노동조합’의 실체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유성기업은 유성기업(주)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를 하기 보름 전에 이미 설립총회 일시와 설립총회 참가자수, 노동조합 임원, 노동조합 명칭을 정해 놓았다. 설립신고에 필요한 양식도 모두 준비돼 있었다. 실제 지난해 7월15일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설립신고서는 내용은 물론 글씨체와 글자크기 심지어 띄어쓰기까지 유성기업이 만든 서식과 똑같았다.

유성기업은 자신들이 만든 제2 노조를 홍보하고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홍보 프로그램들을 기획했다. 노동조합의 내부운영과 관련한 문제까지도 직접 기획하고 관장했다. 제2 노조 세력화를 위해 회의체계를 구축하고, 노조간부들을 교육했다. 노보와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건의 내용은 빠짐없이 실행됐다. 심지어 노조 상집회의에서 다뤄야 할 안건이나 유성기업 자신을 상대로 한 유성노조의 단체교섭 전략까지 기획했다.

뿐만이 아니다. 창조컨설팅의 문건은 자신들이 기대한 만큼 유성노조 조합원수가 증가하지 않자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관리직 사원 50명을 올해 1월27일 일시에 가입시키기로 결정했다. 문건은 외관상 부당노동행위가 드러나지 않도록 노조 가입일을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실제 관리직 사원들의 가입이 1월 초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된 것처럼 가입원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성기업(주)노동조합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 유성기업(주)노동조합은 지난해 자신들에 대해 어용노조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노보에서 “어용노조는 회사와 유착해 근로자의 권리를 오히려 탄압하고 소수간부의 이권 챙기기 등 부패한 노조집행부를 상징하는 지극히 부정적인 표현으로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나 통용될 수 있는 것”이라며 “구시대의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항변한 적이 있다.

한편 지난해 7월21일 유성기업(주)노동조합에게 설립신고증을 교부해 준 노동부는 유성기업(주)노동조합을 뭐라고 부를까. 노동부는 창조컨설팅 문건이 폭로된 뒤 노무법인과 노무사들에 대해 등록 및 인가취소 등 신속한 처리를 했지만 유성기업과 유성기업(주)노동조합에는 아직까지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뇌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유성기업(주)노동조합이 유성기업이 설립한, 자주성을 결한 단체라는 사실이 명명백백히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부가 이들의 노동조합 자격을 부인하지 않고 방관한다면 이는 곧 “회사가 설립한 노동조합도 법상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노동조합으로 본다”는 것과 다름없는 결과가 될 것이다.

또 유성기업의 총체적인 부당노동행위를 벌금을 부과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한다면 노조파괴를 위해 창조컨설팅에 10억원 가까이 지불할 의사를 가지고 있던 유성기업으로서는 국가에 벌금이라는 명목의 성공보수를 추가 납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창조컨설팅 문건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대부분의 부당노동행위 사건들은 무혐의로 종결된다.” 이번 유성기업 사건의 처리에서 창조컨설팅의 격언(?)이 다시 한 번 확인된다면 노동부가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있어 화룡점정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노동부가 사건처리를 미적거리는 사이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노동부는 하루빨리 ‘유성기업(주)노동조합’에 대한 설립신고 수리처분을 취소해야 하고, 유성기업의 총체적 부당노동행위들에 대해서는 법이 정한 최고 수준의 엄벌에 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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