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입니다. 대통령 선거가 50여일 남았습니다. 경제민주화와 정치개혁이 화두입니다. 여야의 공약사항을 보면 성장보다 분배 그리고 복지가 우선순위로 등장했습니다. 복지를 얘기하다 보니 ‘노동’이라는 알맹이에 이르게 됐습니다. 대통령 후보들은 노동문제 해결을 약속합니다. 양극화라는 암덩어리가 커지고 있는 한국경제를 보면 대선후보들의 이런 행보는 너무나 당연해 보입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장기화하고, 침체의 수렁에 빠진 미국 경제를 고려할 때 세계경제는 이미 장기침체의 터널에 들어섰습니다.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외환위기 이상의 경제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옵니다.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꿔야 할 때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일관해 온 지난 15년을 성찰하고 경제와 국가모델을 새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젠 소득 중심의 사회경제 모델로 과감하게 바꿔 나가야 합니다. 차별과 피로를 부르는 노동, 끊임없이 경쟁과 배제를 유도하는 고용불안정 사회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수출 중심의 재벌 대기업이 경제생태계를 호령하고 주도하는 경제모델을 폐기하자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과거 모델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에다 복지를 덧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도 근본적인 수준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노동권 또는 노동분배의 확대이기 때문입니다.

정치개혁 방안도 미흡합니다. 국회의원 숫자를 둘러싼 논란을 거듭할 뿐 대중이 참여하는 정치, 노동 있는 민주주의는 요원합니다. 노동은 여전히 동원될 뿐 주체로서 의사결정권을 부여받거나 세력으로서 대접받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결실을 얻지도 못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민주노동당의 실험은 통합진보당으로 당명만 바꾼 채 참담한 실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진보정당은 쪼개졌고, 노동계는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조합원들은 표 찍는 기계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노동 없는 민주주의라는 말이 근거 없이 나온 것은 아닌 셈입니다.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시간, 매일노동뉴스는 창립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최근에는 지령 5천호를 넘겼습니다. 독자들의 성원과 지원에 힘입어 어엿한 청년으로 훌쩍 자랐습니다. 매일노동뉴스는 격동의 세월을 헤치면서 뚜벅뚜벅 걸어왔습니다.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87년 이후 노사관계는 갈등을 거듭했고,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주류언론은 노동문제를 외면했습니다. 매일노동뉴스는 그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노동정보를 공유해 갈등해결의 단초를 제공하고, 올바른 노동정책 생산에 기여하자는 취지를 내걸었습니다. 초창기 보도자료를 재가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노사관계를 분석하고 고용과 산업으로 시야를 확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보도기사가 중심이었습니다. 이슈를 만들어 노동의제를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조합원이 아닌 노·사·정 관계자들이 주로 보는 비싼 신문, 스스로 이슈를 만들지 못하지만 종합일간지에 노동이슈를 제공하는 신문이라는 한계가 변명이 되지는 않습니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소식지가 아니라 노동언론을 표방하는 순간 그 한계는 온전히 우리의 몫입니다. 침체와 분열로 갈수록 위축되는 노동계의 상황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렇다고 매일노동뉴스가 지금 여기에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입니다. 노보와 노동기관지로 이어지는 풀뿌리 노동언론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입니다. 그래야 노동언론의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위축된 노동운동에 건강한 기운을 불어넣는 선순환을 이뤄 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시대가 요청하는 노동언론의 역할이자 매일노동뉴스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차별받고, 벼랑에 서 있는 절박한 노동자들의 신음소리는 매일노동뉴스에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 낮은 곳에서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애쓰시는 노동자들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겠습니다. 전문성을 키워 나가겠습니다.

깊이 있는 기사와 대안을 제시하는 노동언론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대선 국면에서 부각된 노동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그런 만큼 보도기사나 폭로기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보다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해설기사와 탐사기사를 늘리겠습니다. 대안을 제시하는 노동언론의 맏형이 되겠습니다.

분할과 분열의 시대를 넘어 통합의 시대를 열어 나가겠습니다. 노동자의 힘은 단결에서 나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이르기까지 노동계 통합을 이루기 위해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매일노동뉴스가 20살 청년으로 성장하기까지 도움과 협력을 아끼지 않으신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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