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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창훈 한겨레신문 종로지국장] “언론인은 아니지만 사명감 갖고 일해요”
정기훈 기자

“신문과 함께한 세월이 30년이에요. 언론인까진 안 되더라도 신문인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겨레신문 종로지국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이창훈(58·사진) 지국장은 “신문배송은 개인사업이긴 하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언론의 역할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공익성이 있는 매력적인 일”이라며 “신문과 함께한 30년을 결코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누군가 술에 얼큰하게 취해 길가에서 택시를 잡고 있을 법한 새벽 1시. 이 지국장의 하루는 그때 시작된다. 종로지국이 담당하는 일간지는 매일노동뉴스를 포함해 한겨레신문·경향신문·국민일보 등 6종류다. 새벽 1시30분이면 지국에 신문이 도착한다. 덩달아 이 지국장의 손도 바빠진다. 지국으로 배송된 신문을 정리하고 속지를 끼워 넣는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새벽 3시를 향한다. 속지 작업을 마칠 때쯤 7명의 배달원이 출근해 배송을 시작한다. 종로지국이 담당하는 지역은 종로1가에서 3가·인사동·북촌동·서린동 등 종로 일대다. 드물긴 하지만 직원이 빠지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이 지국장이 직접 배달을 하기도 한다.

배달이 시작되면 한숨을 돌릴 수 있다. 13제곱미터(4평) 남짓한 사무실 한구석에서 토막잠을 잔다. 이 지국장은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4시간 정도”라며 “항상 잠이 부족하기 때문에 틈이 나면 아무 데서라도 잘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무직원들이 출근하는 오전에는 배송 여부를 체크한다. 구독확대 업무도 보고 컴퓨터 작업을 하며 오후 시간을 보낸다. 날이 저물 무렵인 오후 7시께 지국 문들 닫고 퇴근한다.

이 지국장은 "술과 담배는 멀리한다"고 했다. 그는 “술 때문에 하루라도 배송에 차질을 빚는 것은 신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완벽한 배송’의 비결인 듯하다.

지국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17시간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개인적인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 이 지국장은 “신문을 발간하지 않는 일요일은 고궁을 산책하거나 등산을 간다”며 “돌이 갓 지난 손자의 재롱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 지국장과 신문과의 인연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대에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신문배달이 평생 직업이 됐다.

“26살에 군에서 전역한 후 전산을 배워 볼 요량으로 학원에 다녔죠. 그때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새벽에 일하는데 피곤해서 어디 공부가 됩니까. 그래서 아예 신문쪽 일을 해 보자고 마음먹었죠.”

이 지국장은 10여년간 한국일보 본사에서 직영지국을 관리했고, 93년 한겨레신문 종로지국을 맡았다. 지국을 맡은 첫해 매일노동뉴스로부터 배송의뢰가 들어왔다. 20여년을 매일노동뉴스와 함께한 셈이다.

“처음에 노동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매일노동뉴스를 보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대만큼 크게 성장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구독 부수도 많이 늘지 않았고요. 그래도 노동문제 영역에서는 매일노동뉴스가 독보적이라고 생각해요.”

종로지국이 배송하는 신문 부수는 2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한다. 이 지국장은 “신문업계가 어렵다지만 배송이라는 중요한 책무를 맡은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배달하는 분들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으니 배송은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

윤자은  bor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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