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선정적으로 제목을 뽑았다. 오해받기 십상이지만 양대 노총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다. 두 노총에 가장 많은 쓴소리를 한 당사자로서 건방진 호소를 하고 싶다. “웃기고 있네” 할 사람도 있겠지만 공명해 주는 이가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별 영향력 없이 상징성이 주로 부각되는 작은 노동단체의 활동가로서 손 내밀어 함께 가자고 말씀드린다. 27일 토요일 오후 5시 서울역으로. 시간이 안 되는 이는 저녁시간 대한문에라도 오시라고.

대선이 코앞이다. 안철수 교수가 가세한 3자 정립구도 속에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복지는 대선주자 그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과제로 굳어졌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노동의제로 비정규직 문제가 포함돼 있다. 야권 주자들은 물론이고 박근혜 후보마저도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약속하고 있다. 마침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의 전기를 맞게 된 것일까. 노동 문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계급 문제다.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라고 대법원이 판결해도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묵살한다. 그 누구보다 진정성을 인정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한탄하지 않았던가.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양대 노총의 역할이 절실한 이유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각자도생이 노동계의 대세가 되고 있다.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풀 기미가 보이지 않은 가운데 꼬인 실타래를 헝크는 형국이다. 갈지자 행보로 떠나간 사람들이 노동계를 진정 대표하는가. 노동조합은 대중조직이다. 노동현장에 뿌리박은 이익단체다. 자신의 사익으로부터 노동계급의 이해와 요구를 향해 나아가는 계급조직이다. 그 과정과 경로가 투쟁이고 교섭이고 정치세력화다. 노동조합이 중심에 서지 않으면 노동운동은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없다. 비정규직도 정규직도 중소기업도 대기업도 공기업도 모두 그렇다. 결국 노동운동의 반석인 조합원들이 조직의 균형추다. 그 무엇도 그걸 대신할 순 없다. 상층 중심의 이합집산과 정치적 담합으로 엉망진창이 된 노동운동을 되살릴 무거운 짐이 이제 진짜 주인이어야 할 조합원들에게 있는 이유다. 노동조합이 한국 사회에선 직접민주주의의 표상이 아니었던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기 자리보다 더 낮은 곳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힘겨운 삶의 가장자리에서 휘청대고 있는 이들을 노동조합이 품어야 한다. 우리 가족과 이웃 중에 이미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다. 법·제도 개선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지만 법이 바뀐다고 곧장 비정규 노동자의 현실이 호전되진 않는다. 결국 당사자와 문제해결 주체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비판의 무기보다 무기의 비판이 절실한 이유다.

이미 재능학습지 교사들은 1천800여일 가깝게 장기투쟁 중이고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은 곡기를 끊은 지 오래다. 울산에선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2명이 목숨을 걸고 송전철탑에 오른 데 이어 유성기업 아산지회장도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제 이 노동자들의 어깨에 얹힌 무거운 짐을 나눠질 때다.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 만들기’ 10만 촛불행진의 의미는 뭘까.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돼야 행복한 직장이자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 행복해지는 걸 주저하지 말고 함께 행동하자는 것. 지난해 희망버스처럼 다른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면서 교감하자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0만! 가당치 않은 목표로 보일지라도 양대 노총 조합원들이 함께한다면 가능하다.

10만 촛불행진은 이용석 열사 정신계승 의미로 매년 이어져 온 비정규노동자대회이기도 하다. 그럼 민주노총 조합원만 참여하면 되는 행사일까. 공식적으론 그렇게 보이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에 둔 만큼 경계가 무에 중요하겠는가. 노동자가 하나 되기를 오매불망 소원하신 고 이소선 어머님의 간곡한 진심을 떠올린다면 양대 노총 조합원들이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게 마땅하지 않겠는가.

삼삼오오 가족과 이웃·친구·연인의 손을 맞잡고 27일 자기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촛불에 동참하자. 비정규직 없는 세상, 불가능하다고 포기하지 말고 함께 꿈꾸자. 노동조합의 산증인인 조합원들이라면 할 수 있다. 포기해야 할 이유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견뎌야 할 이유가 더 많은 모든 이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고 어깨동무하자.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namsin196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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