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1. 사건 개요

피고는 학교법인으로서 대학교·평생교육원 등을 경영하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 학교법인의 대학교와 평생교육원에서 근무한 시간강사들로서 영어강의를 담당했다. 원고A는 피고와 시간강사 계약을 1992년 3월1일부터 2010년 12월16일까지 19회에 걸쳐 체결했다. 원고B는 피고와 시간강사 계약을 2002년 3월4일부터 2010년 12월16일까지 총 18회에 걸쳐 체결했는데 계약 기간 사이에는 공백 기간도 있었다.

원고들의 주당 강의시간은 적게는 2시간부터 많게는 16시간에 이르렀는데, 원고들의 마지막 계약기간 동안의 주당 강의시간은 원고A가 8시간, 원고B가 10시간이었다.

2011년 1학기부터 피고는 원고들에게 강의를 맡기지 않았으며, 원고들과의 계약을 연장하거나 갱신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피고의 이러한 행위가 해고에 해당한다고 봤고, 피고가 퇴직금 및 해고예고 수당을 지급해야한다는 취지로 법원에 소를 청구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고들의 청구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가. 대학교 시간강사인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피고가 원고들에게 2011년도 1학기 강의를 맡기지 않고 2011년 2월28일까지(별표에 따르면 2010년 12월16일까지)로 돼 있는 계약기간을 연장하거나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것은 묵시적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해고에 해당한다.

나. 원고들의 근로계약 사이에 일부 공백 기간이 있어 원고들이 그 기간 중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거나 피고가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했더라도, 그 공백 기간은 전체 근로계약기간에 비해 길지 않고 방학기간 등의 사유로 발생했는데, 이는 강의라는 업무의 성격에 기인한 것으로 원고A의 경우 2006년 3월2일부터 근로계약이 해지될 때까지, 원고B의 경우는 2002년 3월4일부터 근로계약이 해지될 때까지 계속근로기간으로 인정해야 한다.

다. 원고들이 담당하기로 한 소정근로는 강의다. 따라서 소정근로시간은 원고들이 직접 강의를 하기로 한 시간 뿐만 아니라 강의라는 업무의 특성상 경험칙으로 당연히 소요되리라고 쉽게 예견될 수 있는 강의준비를 위한 연구시간·자료수집시간·수강생의 평가시간·그와 관련한 학사행정업무의 처리 등에 필요한 상당한 시간이 포함되며, 그 상당한 시간은 원고들의 강의 시간의 두 배에 해당하는 시간으로 본다.

3. 원고 청구들의 근거

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의 지급 요건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르면, ①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은(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및 가구 내 고용활동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또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은 2010년 12월1일 이전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해서는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으며, 2010년 12월1일부터 2012년 12월30일까지는 법정 퇴직금을 기준으로 50%이상만 지급하면 된다. 동법 제3조, 부칙 제8조), ②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고, ③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④근로자의 ,⑤퇴직 시,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동법 제4조, 제8조) 퇴직금으로 지급해야한다.

나. 근로기준법상 해고예고수당의 지급 요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포함한다)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근로기준법 제26조)

4. 사건의 쟁점

가. 요약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와 관련해 대상판결에서 주된 쟁점이 됐던 것은 원고들의 4주간을 평균한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에 이상이었느냐 아니면 15시간에 미달했느냐와 원고들의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었는가라고 할 수 있다.(기타 원고들의 근로자성, 해고예고수당의 청구와 관련해 피고의 해고처분 행위의 유무, 원고들의 통상임금의 계산 방법 등은 적극적으로 다퉈지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주된 쟁점 중 계속근로기간 법리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서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주로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라 할 수 있는 소정근로시간의 계산과 관련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나. 원고들의 소정근로시간

(1) 소정근로시간의 의의와 단시간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

근로기준법상 소정근로시간이란 법정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동법 제2조 제1항 제7호) 즉 소정근로시간이란 근로자의 근로제공 이전에 근로자와 사용자가 사전적으로 합의한 근로시간으로, 실근로시간과는 무관한 개념이다.

따라서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라면 실근로시간이 15시간에 미달하더라도 사용자는 퇴직금 지급의무가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는 사안에 따른 판단이 필요하다. 즉 소정근로시간은 15시간에 미달하나 실근로시간이 15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노동보호법의 취지(근로자 보호)를 고려한 해석이 필요하다.

(2) 단시간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과 관련한 사례의 검토

①예컨대, 고정적으로 연장근로시간을 규정한 경우에는 이 연장근로시간을 포함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 사용자가 퇴직금·주휴수당·연차휴가수당 등의 지급의무를 면할 의도로 이들 규정을 악용하는 것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이 소정근로시간을 문언 그대로 해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법정근로시간의 범위에서 사전적으로 정한 근로시간은 그 명칭이 어떠하든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7호의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②어떠한 소정근로에 따라 관련 작업이 당연히 예상되는 경우에는 부수적 작업 시간도 포함해 소정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 예컨대 방사선을 다루는 근로자가 사용자와 소정근로에 대한 근로시간을 6시간으로 정했다고 하자. 이 때 근로자가 자신의 건강을 지키며 본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안전복을 착용해야 하고, 작업 후에는 안전복을 벗고 샤워를 꼭 해야 하는데, 그 행위에 1시간이 소요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근로자가 근로제공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1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전복을 착용한 상태로 근로한 시간 외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안전복 착용탈의 등의 1시간(이 1시간은 6시간 미만의 작업을 하더라도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이다)은 소정근로시간에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3) 원고들의 소정근로시간 산정에 대한 판결의 입장

원고들이 제공하는 근로는 강의로서,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이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외 사용자의 사업이 대학이나 평생교육원이라는 특성상 부수적인 행정업무가 뒤따를 것이 당연히 예상된다. 따라서 소정근로에 뒤따를 업무가 당연히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 시간이 당사자가 약정한 소정근로시간에는 포함되지 않더라도 퇴직금 산정의 요건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의 판단에 있어서는 이를 포함시켜서 단시간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5. 판결의 의의

가. 퇴직금 산정의 요건인 소정근로시간의 산정

대상판결은 퇴직금 산정의 요건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의 산정에 있어서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계약 당사자의 합의내용(의사)이 아닌 법령에 따라 목적론적으로 해석하고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은 소정근로시간이 조정되는 경우로 소정근로시간이 법정기준시간을 초과한 경우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근로제공 사후에 노동관계 당사자 간 소정근로시간의 산정에 다툼이 생긴 경우라면, 소정근로시간은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정한 시간 외에도 소정근로 시 당연히 추가적으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시간도 포함된다는 것을 대상판결은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퇴직금은 임금이며, 임금이 강행규정인 만큼 임금의 지급 요건에 대한 요건으로서 소정근로시간 역시도 강행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근로기준법 제15조) 따라서 소정근로시간에 부수적 작업이 당연히 예상되는 경우에는 이들 업무시간을 포함해 소정근로시간을 산정해야 한다는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나. 기타의 쟁점

대상판결은 기존 판례의 계속근로기간 법리를 재확인했다. 또한 해고예고수당과 관련해서도 장기간 계약이 반복된 경우 근로계약기간의 종료는 해고에 해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그 의미가 커 보인다. 다만 원고들의 통상임금의 계산과 관련해서는 주당 강의 시간에 대응한 임금에 주휴수당이 포함됐다고 보기 힘든 점 및 근로시간 비례의 원칙에 따르지 않고 잘못 계산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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