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록
건설산업연맹
정책국장

최근 정부는 국무총리실·고용노동부·법무부·행정안전부·국토해양부 등이 마련한 ‘동절기 건설일용근로자 고용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구조적인 고용위기에 처한 건설노동자에게 곧 닥칠 동절기 실업난에 대비한 고용안정 방안을 담고 있다. 건설노동자의 취업지원을 강화하고, 편의 및 복지 증진을 도모하고, 합리적인 건설현장 외국인력 규모 관리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 건설산업연맹에서 요구했던 동절기 기초안전보건교육 활성화(교통비·식대지급 및 무료 교육실시)와 내일배움카드제 제도개선(훈련비 부담 면제 등), 건설기능향상훈련 추가 실시 등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대책으로 볼 수 있다.

건설기능향상훈련과 취업지원, 보완대책 필요

하지만 건설기능향상훈련과 무료취업지원 대책에서 실질적인 활성화를 이루기 위한 방안이 빠져 있고, 건설현장 불법파견을 용인하거나 조장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우려를 낳고 있다.

노동부가 실시한 건설기능훈련사업은 대부분 실업자 대상 주간 훈련과정을 운영하는 민간영리기능학원만 지원해 논란이 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건설산업연맹은 건설현장에서 실제 일하는 비숙련공을 대상으로 야간과정의 건설기능향상훈련을 활성화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끊임없이 촉구했다. 이번 대책에 1천명 목표로 18억원의 건설기능향상훈련예산을 확보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건설현장의 수요가 많은 플랜트 용접 및 배관 과정에 대한 지원은 빠져 있다. 게다가 지원금액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불법파견 용인·조장하는 소개비 지원사업 폐지해야

유료직업소개소의 취업알선 소개비 절반을 지원하는 이상한 내용도 취업지원 활성화 대책에 담겨 있다. 유료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을 나가는 건설일용노동자에게 하루 소개비 50%를 지원하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건설업체나 유료직업소개업자만 지원하는 정책이다.

유료직업소개소는 소개로 일을 나간 건설일용노동자의 일당 10%에 해당하는 소개료를 건설업체로부터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건설업체가 아니라 일용노동자의 일당에서 소개료 10%를 불법적으로 공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확대하고자 하는 소개비 지원사업은 불법파견을 자행하는 유료직업소개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파견을 용인하고, 조장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 된다.

소개비 지원사업을 폐기하고 대신 비영리법인인 건설무료취업알선기관을 활성화시키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정임금·임대료 제도와 연차유급휴가수당제도 도입하자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로 고용위기에 처한 건설노동자 대다수는 1년에 2천만원 미만의 임금소득을 받는 노동빈곤층으로 전락해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자리가 대폭 줄어드는 동절기에는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이 생계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적정임금 및 임대료 제도와 연차유급휴가수당 제도를 도입하면 건설노동자의 동절기 실업문제와 고착화된 저임금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간 국토해양부와 고용노동부는 각각 건설노동자 육성과 수입 안정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대안을 모색해 왔다. 적정임금 제도는 정부 연구용역보고서에도 적시돼 있다. 건설업 취업기피로 건설노동자들은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반면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새로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한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건설현장의 수많은 일자리를 적정임금이 보장되는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면 가능한 것 아닌가. 정부는 즉시 적정임금 및 임대료 제도와 연차유급휴가수당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