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변호사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의 피고는 순천향대학교 및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부천병원·천안병원·구미병원을 설치·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원고는 85년 3월1일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 입사해 임상병리과 등에서 근무하면서 87년 노조를 설립해 위원장이 됐다. 2004~2009년에는 전국의료산업노련 위원장을, 2009년 11월에는 순천향대 서울병원·부천병원·구미병원의 노조를 통합한 노조의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돼 현재까지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피고는 2005년과 2008년에 전국의료산업노련 위원장이던 원고를 두 차례 승진시켜 5급갑에서 3급갑으로 승급시켰다. 그러다가 지난 2010년 피고는 “3급갑인 원고는 노조원이 아니므로 노조전임자가 될 수 없다”며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징계위원회를 개최했다. “수차례에 걸쳐 업무복귀명령을 했음에도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고 약 75일간 무단결근을 했다”는 이유로 2010년 11월1일 자로 원고를 해임하기로 의결하고, 원고에게 이를 서면통보했다.

위 해고통보에 대해 원고는 서울지방노동위원에 부당해고구제신청(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10. 12. 23. 판정, 2010부해2107/부노174 병합)을 했으나 구제받지 못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초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신청(중앙노동위원회 2011. 4. 7. 판정, 2011부해14/부노3 병합)을 했지만 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한편 원고는 위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해고무효확인의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1. 3. 선고 2011가합37389 판결)를 제기했다. 그러나 지방법원은 노동위원회와 판단 이유를 달리했지만 결론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2012. 8. 31. 선고 2011나99193 판결)의 판단은 달랐다. 원고가 한 항소에 대해 고등법원은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노조 전임자인 원고에 대한 부당한 업무복귀명령으로 인한 해고는 무효”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고 기간의 임금도 지급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상고했다가 최근 취하했다.

나. 문제제기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 자체는 노동조합이 스스로 정하는 것이 원칙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노조법 제11조 제4호). 그런데 때론 규약에서 조합원 자격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조합원 범위에 관해 또 다시 단체협약으로 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협약자치에 근거한다면 단체협약에 조합원 범위를 정하는 자체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문제는 규약에서 정하는 조합원의 범위와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조합원의 범위가 다를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본 사례는 사측의 대대적인 부당노동행위의 연장선상에서 자행된 노동조합 위원장에 대한 해고 사건이 근본 원인이지만, 법률적 쟁점은 바로 단체협약에서 조합원의 범위를 별도로 정한 것이 사건 발생의 이유였다.

단체협약에서 조합원 범위를 정한 경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재확인하고, 이 사건이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이후 변화된 노동환경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검토해 봤다.

다. 의견

1) 노동조합 활성화에 기여

이유는 간단하다.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은 정반대의 판단을 했다. “조합원의 자격을 결정하는 기준은 ‘직위’가 아닌 ‘직급’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1심의 판단기준이었다면, 항소심에서는 “‘과장 및 이에 상당하는 직위를 보유하는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지극히 타당하다.

판결이유에서 보듯 이번 판결은 단체협약의 해석과 관련해 기존에 확립된 기준을 확대·발전시켰다는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조합원들의 가입 범위를 확대하려는 법원의 태도와도 닿아 있다.

조합원 가입에서 제외되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에 대해 법원은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 오고 있다. 즉, “직무상의 의무와 책임이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위치에 있는 자를 의미하므로, 이러한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일정한 직급이나 직책 등에 의하여 일률적으로 결정되어서는 아니 되며, 그 업무의 내용이 단순히 보조적·조언적인 것에 불과하여 그 업무의 수행과 조합원으로서의 활동 사이에 실질적인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자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용자에 의한 불필요한 조합원 가입 제한을 금지해왔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8두13873 판결 등)

나아가 이 사건 판결은 위 법리를 발전시켰다. 단체협약에서 정한 조합원 범위 규정의 취지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바로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 참가가 금지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그다지 쉽지 않으므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단순한 기준을 둠으로써 이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조합원 범위를 임의로 제한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판례의 변경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노동위원회가 전가의 보도처럼 무분별하게 인용하던 기존의 판례는 상대적으로 그 의미를 잃게 됐다. 기존 판례는 “단체협약에서 노사 간의 상호 협의에 의하여 규약 상 노동조합의 조직 대상이 되는 근로자의 범위와는 별도로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자를 특별히 규정함으로써 일정 범위의 근로자들에 대하여 위 단체협약의 적용을 배제하고자 하는 취지의 규정을 둔 경우에는, 비록 이러한 규정이 노동조합 규약에 정해진 조합원의 범위에 관한 규정과 배치된다 하더라도 무효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두10264판결 참조)”고 해 온 바 있다. 이 판결의 원래 취지는 간 데 없고 사실상 사용자의 편의에 기여해 왔기 때문이다.

2) 노조법 개정이 필요

위 사건은 2011년 7월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사업장 내에서 벌어진 사용자와 기존 노조 간 힘겨루기 성격을 띠고 있다. 새로운 노조법 시행 후 척박한 노동환경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최근 원고와 피고 대표자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을 정도다. 복수노조가 시행되면서 회사는 최대한 그 덕을 보려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전문가라 자칭하는 자들의 꼬임에 쉽게 넘어간다. 노동부는 자신들의 책임을 노사에게 돌렸다. 참고로 창구단일화제도 시행이후 순천향병원 노사에는 송사가 끊이지 않는다. 형사·민사·행정 가릴 것 없다. 최근에도 병원장 등은 부당노동행위 재판을 받는 중이다.

제도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보완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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