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실업자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에서는 기능직 단순노무직 등의 생산직 근로자 인력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실업고의 인문고 전환이 급증해 몇 년 후면 생산현장인력의 공급이 고갈될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 서부공단에서 밸브와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삼창주철공업은 몇 년째 인근 공고 및 직업훈련소 등에서의 인력지원이 뚝 끊겨 40~50대의 고령자들이 전체 근로자 70여명 중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규홍 사장은 "산재보험뿐 아니라 민간회사의 상해보험까지 들었지만 위험한 작업장환경과 불편한 교통으로 취업 희망자가 없다"며 "식사와 숙박까지 모두 제공해야 하는 외국인 산업연수생도 할당인원이 제한되어 있어못 데려다 쓰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산업단지공단 취업알선센터에는 현재 80개 업체가 작성한 구인표가 구직자를 기다리고 있지만 하루 1건의 알선도 이뤄지지 않는다. 최영일 경영지원팀장은 "공단 내 먼지나 소음 등 열악한 작업환경을 갖춘 가구업체나 금속업체들이 구인을 계속 의뢰해 오지만 구직자들은 대부분이 주부나 고령자들"이라고 말했다.

지방대생의 실업난이 아무리 부각돼도 지방중소업체에게 고급인력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부산 남구 문현동에 위치한 삼원FA의 홍원표 사장은 "수시로 부산대 및주변 2~3개 대학 취업지도실에 공대 출신의 기술인력을 요청하지만 3,000만원의 연봉조건에도 불구하고 벌써 2년째 허탕을 치고 있다"며 "수도권에위치한 대기업에 대한 선호에다 벤처열풍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아 이 같은현상은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또 "공고 출신의 기능직들도 기껏 기술을 가르쳐 놓으면 1~2년이 지나 다시 대학진학이나 군입대 등을 이유로 회사를 떠나 숙련공의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4,500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인력실태를 조사한결과에 따르면 인력부족률은 4.8%로 98년의 0.69%, 99년의 4.00%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이 중 기능직과 단순노무직의 인력부족률은 4.74%, 5.2%로 나타났다.

또 최근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올 3월부터 실업고에서 인문고로 전환된학교는 명문상고로 알려진 목포상고, 마산상고, 광주상고 등 5개교에 이른다.

부산상고와 경남상고도 일반고 전환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그냥 남아있을 뿐이고 여기에 종합고(인문고+실업고)의 인문고 전환 및 폐교를 포함하면 9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모두 10개의 실업고가 사라졌다.


노동연구원 김승택 박사는 "고실업 상태에서 인력부족률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고용시장의 기능이 마비되었다는 징표"라며 "성장전망이 있는중소제조업에 대해서는 저임금 보전 등 인력유인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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