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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폭탄 맞아도 구제명령 무시하는 사용자들
현대자동차와 협력업체들은 노동위원회로부터 노동자 181명에 대한 원직복직 명령을 받았으나 이행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와 협력업체들이 노동위원회의 원직복직 이행명령을 외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해고나 휴직·감봉·전직 등과 관련해 노동위원회로부터 구제명령을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건당 최소 500만원, 최대 2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노동위원회는 1년에 2회, 2년까지 부과할 수 있는데 최대 8천만원까지 이행강제금을 물릴 수 있다. 이 제도는 지난 2007년 1월부터 시행됐다.

현대차와 협력업체에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올해 상반기만 7억5천만원이다. 현대차와 협력업체는 이행강제금 100%를 완납했다. 원직복직 명령을 외면하고 돈으로 때우면서 버티기를 하는 셈이다.

돈으로 버티는 사례와 관련해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철도공사는 노동위원회로부터 지난 6년 동안 16건에 2억7천여만원의 부당해고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았다. 철도공사는 이 가운데 2억2천여만원을 물었고, 4건의 경우 이행강제금조차 내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는 10건에 1억2천250만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9건에 9천900만원을 부과 받았다. 공공기관은 부당해고 이행강제금을 국민혈세로 지급했다. 부당해고를 한 공공기관 기관장은 책임지지 않고, 국민에게 그 부담을 떠넘겼다는 얘기다.

이렇듯 부당해고로 판정되더라도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올해 8월까지 6년 동안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이행강제금 결정건수는 1천292건에 달한다. 이행강제금만 무려 171억원에 달한다.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07년만 해도 8건에 불과했는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9년에 276건을 상회했다.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포함된 공공기관도 지난 6년간 40곳에 달한다. 이들 공공기관은 약 12억원의 부당해고 이행강제금을 냈는데 소요재원은 국민세금이었다.

이행강제금마저 내지 않는 사용자도 많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이행강제금 납부율은 지난해 기준 41.5%에 불과하다.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만 돈으로 버티고 있고, 나머지는 복직명령도 이행강제금도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부당해고 이행강제금제도는 참여정부 시절 논란 끝에 도입했다. 지난 2006년 노사정은 노사관계로드맵 관련 합의를 통해 부당해고 구제제도를 개선하는데 합의했다. 종전의 부당해고 벌칙조항을 없애는 대신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 이행강제금 제도를 신설했다. 부당해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벌칙조항이 삭제된 것이다. 사용자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예가 없고, 소액의 벌금형만 내려져 벌칙조항의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주로 경영계에서 과잉처벌이라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취약계층 노동자,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생존권 보장이 미흡하다며 제도개선에 반대했다. 종전의 부당해고 벌칙조항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 2005년 헌법재판소도 사회안전망이 완비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당해고 처벌규정은 해고예방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 경영계에서 위헌소송을 제기했지만 헌재는 현행 부당해고 벌칙조항의 합헌 판결을 내렸다. 당시 노사정 합의에서 빠진 민주노총도 같은 입장이었다.

이런 논란 끝에 부당해고 구제제도가 바뀌었다면 해고 억제 또는 예방효과가 나타났어야 했다. 그런데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노동위원회는 이행강제금의 최저선인 500만원을 기업주에게 부과한다. 최고선인 2천만원을 부과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를테면 노동위원회가 이행강제금 500만원을 부과하면 사업주는 월 83만원을 내면서 복직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 이러니 돈으로 때우는 사업주가 늘고 있는 것 아닌가. 이행강제금조차 내지 않으면서 버티는 사업주도 태반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노동위원회부터 자성해야 한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이행강제금의 최저선인 500만원만 일률적으로 부과해 온 관행을 바꿔야 한다. '사용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구제명령을 무시한다’는 지적에서 벗어나라는 얘기다.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 실효성을 잃었다면 부당해고 구제제도 자체를 수술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국회가 나서야 한다. 이행강제금을 대폭 올리거나 기업 규모에 따라 부과금액을 법에서 정하도록 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예산에서 이행강제금을 납부해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도 아니면 종전처럼 부당해고 또는 구제명령 불이행에 따른 형사처벌 조항의 부활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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