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주
공인노무사
(금속노조 법률원)

경용중공업에 노동조합이 생긴 건 올해 8월16일이었다. 처음에는 기업별노조로 설립했다가 만장일치로 금속노조 경남지부 경용중공업지회로 변경했다. 그런데 추석을 앞두고 회사는 올해 말 폐업을 하겠다면서 10월 말로 모든 노동자들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렇게 노조를 만들자마자 초강경 조치로 해고하고 폐업한다고 하니, 추석을 앞두고 이런 상황을 맞은 노동자들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경용중공업은 김해 본산공단에 위치한 중소기업이다. 노동자들은 60~70명 되는데 처음 노조를 만들 때는 생산직 노동자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회사가 폐업과 해고위협을 하자 오히려 사무관리직 노동자들도 노조에 가입해 지금은 대다수가 조합원이다.

이들이 노조를 만든 이유는 이렇다. 지금 사장의 아버지가 회사대표로 있을 때는 임금 면에서도 중소기업 동종기업보다 나았을뿐더러 학자금도 지급했는데, 아들이 대표가 되면서 학자금 지급을 중단하고 노동조건도 전보다 열악해졌다. 회사측은 노조가 설립되자마자 노조탈퇴를 암암리에 종용했다. 그게 여의치 않자 회사측은 전체 직원조회에서 "금속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 노조를 포기하고 상여금 및 임금삭감을 해서라도 (회사와) 같이 가겠다는 사람을 제외하고 전원에게 해고예고 통보를 하겠다"고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를 했다. 부사장뿐 아니라 사장의 어머니인 감사도 직접 현장에 나타나 노조설립 사실을 비난하고 회사폐업을 운운했다.

그럼에도 노조 가입자가 늘고 노동자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자 회사측은 거래업체에 ‘9월 임가공 제작 발주 중단 요청의 건’이라는 공문을 통해 "현장직원의 노동조합 설립과 민주노총 가입이라는 최악의 돌발사태에 직면했다. 당분간(약 2개월) 발주 중단을 요청한다"고 통보했다. 또 다른 거래사에는 "노조설립에 따른 내부사정에 의해 귀하가 원하시는 요구납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 입찰에 불응한다"고 알리기도 했다. 그런 뒤 추석을 앞두고 "10월 말 전원 해고, 12월 말 폐업"을 선언했다.

금속노조는 본격적인 단체교섭을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고 노조설립에 따른 몇 가지 실무사안에 대해 대화를 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사측은 오로지 노조가 만들어졌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라는 이유만으로 초강경 조치를 했다.

경용중공업 사측은 ‘경기 불황과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폐업을 예고했지만 사실은 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을 극도로 혐오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실제 노조설립 직후부터 노조탈퇴 및 노조해산을 종용하며 폐업위협을 한 점이나, 관계사에 보낸 공문에서 노조설립을 이유로 2개월 발주중단을 요청한 점, 경영문제라면 매각 등의 방법이 있는데도 극단적 폐업예고를 한 점, 그간 계속 흑자경영을 해왔다는 점 등을 볼 때 그렇다.

부당노동행위가 되는 위장폐업이란 "기업이 진실한 기업폐지의 의사가 없이, 다만 노동조합의 결성 또는 조합 활동을 혐오하고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업을 해산하고 조합원을 전원 해고한 다음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업의 실체가 존속하면서 조합원을 배제한 채 기업 활동을 계속하는 경우"(대법원 1991.12.24 선고 91누2762판결 등 참조)를 말한다.

법원판결에 비춰 볼 때 경용중공업의 폐업선언은 노조를 와해시킬 의도로 추측된다. 또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어떠한 해고사유도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노동조합 활동을 혐오한 나머지, 경영상 어려움 등 명목상 이유를 내세워 사업 자체를 폐지하고 근로자들을 해고함으로써 일거에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고 조합원 전원을 사업장에서 몰아내고는 다시 기업재개, 개인기업으로의 이행, 신설회사 설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종전 회사와 다를 바 없는 회사를 통하여 여전히 예전의 기업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행위이므로, 이러한 위장폐업에 의한 부당해고는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며 임금지급은 물론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고 판결한 예가 있다.(대법 2011.3.10 선고 2010다13282)

경용중공업의 폐업이 위장폐업인지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사측은 노조와해라는 의도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금의 폐업과 해고통보가 기업경영의 자유가 아니라 노동법상 불법행위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기업의 폐지는 사업주의 자유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간 경용중공업에서 20년 이상을 일하며 회사를 일궈 온 모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생존이 걸려 있다. 노동자들을 쓰던 물건 내버리듯 하루아침에 해고를 통보하는 것을 보면 기업가가 될 자격이 없다. 노동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해 주던 그 아버지의 아들인 젊은 사장이 지금이라도 노조설립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노조와 대화로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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