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누출사고로 노동자 5명이 숨진 휴브글로벌에서 3년 전에도 비슷한 산업재해가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재발방지를 위한 관리·감독을 실시하지 않아 사고가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진보정의당(준) 의원은 구미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휴브글로벌에서 2009년에도 불산 누출로 산업재해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고 10일 밝혔다. 심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는 2009년부터 올해 10월까지 3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2009년에는 탱크로리 차량에 고압호스를 연결하다 접속부위가 펌프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호스 안의 가스가 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 노동자는 얼굴과 가슴에 화상을 입었고 입원 치료 후에도 근무가 불가능해 결국 퇴사했다. 2010년에도 노동자가 적재물에 얼굴을 부딪치는 사고, 올해 2월에는 작업 중 허리 부상사고가 발생했다.

휴브글로벌은 불산 누출 사고가 이전에도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정기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산 취급사업장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노동부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심 의원은 "불산 누출에 따른 산재사고가 발생했으면 이후에라도 예방대책을 세워야 하는데도 정부는 수수방관했다"며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징후가 있었음에도 노동부가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감사 과정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노동부장관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교통사고 난 정도로 너무 소홀히 했다"며 "법적·제도적으로 위험물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보완조치가 필요한 것이 있는지 점검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집권 초기에는 전봇대도 뽑아 버린 대통령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며 "직접 내려가 현장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범정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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