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경과
- 2010. 3. 상신브레이크 노사 임단협 개시, 5월 말 교섭결렬.
- 6. 25.부터 8. 20.까지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 간헐적으로 부분파업, 잔업 및 특근거부, 전면파업 등의 형태로 쟁의행위 진행함.
- 8. 23. 06:50 회사측, 전체 노조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직장폐쇄를 통보하면서 용역직원 150여명 배치. 공장출입은 물론 노동조합 사무실과 식당출입 등 봉쇄됨.
- 8. 26. 지회 “회사는 직장폐쇄를 풀고 지회도 현장 복귀하며 노사가 성실히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그 기간에는 냉각기를 둔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회사는 거부.
- 회사측 직·반장들을 복귀시킴과 동시에 일용직 근로자들을 대거 채용해 업무수행
- 9. 6. 조합원 241명 근로제공확약서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
- 회사측, 노조원들의 집단복귀 거부하고 개별적·선별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복귀 시킴
- 10. 3. 회사측, 현장복귀 조합원이 237명에 이르자 금속노조 탈퇴를 요구하며 임시총회소집 요구
- 10. 13. 상신브레이크지회 집행부 사퇴
- 11. 19. 회사측, 지회 집행부를 중심으로 해고 등 징계결과 공고
- 11. 26. 지회 임시총회에서 조직형태변경으로 금속노조 탈퇴
2. 판결의 주요내용
서울행정법원은 상신브레이크 사측의 직장폐쇄에 대해 “해고자들에 대한 징계사유로 불법파업 주도, 천막농성 주도, 조합원들의 개별복귀 방해, 회사 무단진입, 선전전으로 명예실추 등이 거론되었고, 전임자 관련 요구와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단체협약 요구안, 현안문제 관련 특별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하여 2010. 6. 25.부터 2010. 8. 23.까지 약 2개월간에 걸쳐 부분파업, 잔업 및 특근거부, 전면파업 등의 형태로 진행되었는바, 이 사건 파업의 목적, 기간, 방법에 비추어 회사의 생산에 현저한 차질이 초래되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직장폐쇄의 개시는 파업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상당성이 있다”고 봤다.
법원은 그러나 “늦어도 노조가 회사에게 수차례에 걸쳐 파업 철회 및 근로복귀 의사를 표명하고, 조합원 241명의 근로제공 확약서를 보낸 2010. 9. 6.경 이후부터는 쟁의행위에 대한 방어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법한 직장폐쇄”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노조가 2010. 9. 14. 회사진입을 시도하고, 2010. 10. 4. 회사에 진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법한 직장폐쇄로 인하여 촉발된 것으로 보일뿐, 늦어도 2010. 9. 6. 무렵 노조의 근로복귀 및 파업 중단 의사표시는 진정한 것으로 보이고, 회사가 그 무렵 이후에도 2010. 10. 19.까지 직장폐쇄를 유지한 것은 쟁의행위에 대한 방어수단이라기보다는 회사에게 유리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라고 보이므로 공격적 직장폐쇄에 해당하여 정당한 쟁의행위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3. 판결의 의미
위 판결은 근로자들이 복귀의사를 표명했음에도 사용자가 집단복귀를 거부하고 직장폐쇄를 지속시키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시해 무분별한 직장폐쇄로 인한 폐단을 막고자 한 데 의의가 있다. 무작정 직장폐쇄의 정당성을 인정한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비해 직장폐쇄의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판결처럼 직장폐쇄의 대항적 요건은 직장폐쇄를 시작하는데 필요한 개시요건일 뿐만 아니라 직장폐쇄를 유지할 수 있는 존속요건이라는 점은 새삼스러운 판시내용은 아니다. 법원은 오래전부터 직장폐쇄 기간 중 임금지급 의무가 문제된 사례 등에서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 직장폐쇄를 실시했다 하더라도 그 후 쟁의행위가 종료됐다면 그 시점에서는 더 이상 직장폐쇄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해 왔다.(대전고등법원 1995. 12. 19. 선고 95나1697 판결 / 광주지방법원 2008. 1. 29. 고지 2007카합1367 결정 / 서울남부지법 2007. 4. 11. 2006노1679 판결 등)
따라서 쟁의행위에 대항해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한 경우에도 노동조합이 쟁의행위 중단과 업무복귀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더 이상 직장폐쇄를 지속시킬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직장폐쇄 기간 근무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야 함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직장폐쇄가 사용자의 유용한 노조파괴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회사가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업무복귀 요구에 순순히 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용자는 직장폐쇄 신고만 함으로써 용역들을 동원해서 합법적으로 조합원들을 공장 밖으로 내몬다. 비조합원들과 대체근로를 투입해서 공장을 가동시키면서 무노무임으로 생계의 곤란을 겪는 조합원들에게 노조탈퇴를 조건으로 개별적인 복귀를 종용한다. 교섭이 지지부진하고 쟁의가 길어질수록 사용자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된다. 개별복귀와 징계·손배가압류·고소고발의 차별적 적용을 무기로 노조 집행부를 고립시키고 결국 노동조합을 없애거나 회사에 순응하는 노조로 탈바꿈시킨다. 위법한 직장폐쇄로 인한 민형사 처벌의 위험을 감안하더라도 직장폐쇄로 취할 수 있는 이익이 너무 크고 달콤하다. 처벌되기 보다는 걸리지 않고 아무런 문제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다. 재수없이 걸리더라도 이미 노동조합은 무너지고 난 뒤이기 때문에 사용자로서는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법원판결로 공격적 직장폐쇄를 불법이라고 판시해도 똑같은 방식의 불법이 되풀이 되고 있다.
얼마 전 공개된 창조컨설팅의 ‘상신브레이크 전략회의’ 문건을 보면 “회사의 대응전략 목적은 노사관계 안정화와 회사의 경영질서 회복에 있기 때문에 직장폐쇄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고 나와 있다. 또 “노사관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조직형태(금속노조 탈퇴) 변경 검토”라는 내용의 부당노동행위를 버젓이 기재하고 있다. 또 다른 회의자료에는 “조직형태 변경(산별노조→기업노조)은 치밀한 전략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 … 직장폐쇄를 유지하는 동안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대항세력을 규합·교육하고 조직형태 변경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1단계로 조합 집행부 불신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신브레이크지회 집행부가 사퇴한 다음날 회의문건에는 “직장폐쇄 동안 업무복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조합원들이 온건적 성향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하면서 부당노동행위의 성과를 자축하고 있다. 사용자는 직장폐쇄라는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고 민주노총 탈퇴, 금속노조 탈퇴를 1억원에 거래했다. 더 이상 사후적인 법원의 판결을 가지고 직장폐쇄로 인해 야기되는 폐악을 막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이 사건 사용자는 직장폐쇄를 통한 조합원의 선별적·개별적 복귀, 노조사무실까지 출입통제, 조직형태변경 종용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조직형태변경으로 금속노조를 탈퇴한 결의는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까지 있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지회 조합원들은 모두 해고된 상태에서 몇 년째 힘겨운 복직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용자의 직장폐쇄가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리한 법정공방만이 지속되고 있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악용되고 있는 사용자의 직장폐쇄는 사실 헌법에 근거도 없다. 헌법에는 노동자의 노동 3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사용자의 단체행동권을 규정한 적이 없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쟁의행위의 개념규정에서 직장폐쇄를 쟁의행위의 일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단체행동권은 노동자들의 권리이지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직장폐쇄를 사용자의 쟁의행위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어 파업 불참자들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를 감면시킬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의 예외절차로 족하다. 직장폐쇄라고 하는 개념도 불분명한 것을 노동자들의 노동 3권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노조법에 존치시킬 필요가 없다. 이번 기회에 문제의 원인을 도려내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창조컨설팅·컨택터스가 출현할 것이며 상신브레이크·발레오전장·유성기업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공격적 직장폐쇄 제동에도 노동자들 피해는 여전
대상판례 / 서울행정법원 2011구합25241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기자명 송영섭
- 입력 2012.10.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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