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용
공인노무사
(민주노총
대구본부
노동상담소
상담실장)
“저는 나중에 사장이 될 건데 이런 교육 안 받아도 되는 것 아닙니까?”

“사장일수록 오히려 더 노동인권교육을 받아야 됩니다. 그래야 사장이 노동법도 제대로 안 지키는 현실이 조금씩 바뀌어 나가겠죠.”

몇 달 전 대구지역의 ○○공고에서 열린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강사로 참여해 노동인권교육을 하고 왔다. 교과서에는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나온다 하더라도 극히 미미하게 나와 있는, 너무나 생소한 단어에 대해 교육했다. 노동·노동자·근로기준법….

강사가 설명하는 것이 주를 이루는 강의, ○×퀴즈를 학생들이 직접 풀면서 하는 강의로 나뉘어져 있었다.

몇 달의 준비를 거친 강사들의 노력과 달리 설명이 주를 이루는 첫 번째 강의시간에는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자거나, 휴대폰 게임을 하는 등 호응이 너무나 안 좋았다. 당연히 강사들도 힘이 빠져서 시간이 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었다. 호응을 해 주지 않는 학생들이 야속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반전은 두 번째 ○×퀴즈 강의시간이었다. 사전에 호응을 받기 위해 추파춥스·초코파이를 준비해 간 덕택도 있었겠지만, 삼삼오오 조로 나뉘어 학생들이 직접 생각하고 판단해서 결정을 한 뒤 발표하는 강의여서 그런지 가히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덩달아 강사도 신이 나서 호흡이 빨라지고 말도 빨라졌다.

○× 문제 중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자신의 실수로 사고가 생겼을 때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나왔을 때였다. 한 학생이 “제 친구도 아르바이트를 하다 다쳤는데, 사장이 산재보험을 해 주지 않아 본인 돈으로 치료했어요”라며 주위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강사도 "산재 소멸시효가 3년이니까 지금이라도 산재를 신청하면 된다"며 말을 이어 나갔다. ‘살아 있는 교육이 이런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강의가 끝나가고 노동인권수첩과 설문지를 나눠 줬다. 이후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응답자의 95%가 교육이 도움이 됐고, 동시에 새롭게 알게 된 정보를 친구에게 알려 주고 싶다고 했다. 놀랄 수밖에 없는 수치였다. 반면에 그만큼 학교 교육과정에서 노동인권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반증해 주는 지표기이도 해서 씁쓸했다.

서구 유럽에 있는 나라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모의 단체교섭 교육 등 노동인권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도 노동인권교육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행된다면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가 무르익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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