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학교 안에서 벗어나 교육감 직접고용과 호봉제 실시·정규직 법제화 등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으로 뭉치고 있다. 이들은 11월 초 전면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왜 노동조합을 만들 수밖에 없는지, 왜 파업투쟁을 준비하고 있는지 연속기고를 보내왔다. 매주 한 차례씩 3회에 걸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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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려목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충북지부 조직부장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약 15만명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영양사·조리사·조리원·사서·교무·행정·과학·전산실무원·특수교육실무원·돌봄강사·전문상담사·당직기사 등이 모두 비정규직이다. 단 하나도 필요하지 않은 직종이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공무원이 아니고 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학교의 최하위 계급에 속한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겪는 설움과 차별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조리실무원 A :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해요. 오늘은 메뉴가 좀 어려웠는데, 아이들이 좋아해서 뿌듯하지만, 정작 우리는 밥 먹을 시간도 없다니까요. 근데도 받는 월급은 이 정도밖에 안 되니…. 한숨만 나오죠.

교무실무원 B : 교장선생님이 교무실에 와서 캐비닛을 열어 보시더니 이게 뭐냐고, 도대체가 왜 교무실무원은 이런 데 정리도 못하고 있냐고. 그래서 선생님들과 상의해서 정리하겠으니 시간을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교장선생님이 노발대발하면서 감히 교장에게 대드냐고….

특수교육실무원 C : 교직원 전체교육을 한다고 부르더니 우리 실무원들은 275일 계약인데 275일 다 채우지도 않고 무슨 놈의 방학을 챙기냐고, 월급 깎아야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275일이라는 근무일수 자체가 주휴나 유급휴일 다 포함하는 거잖아요.

“교육과 노동의 기본은 평등이다. 학생들에게는 원칙을 비정규직에게는 희망을!”

전회련본부 카페에 조합원들이 직접 만들어 올린 슬로건이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그들의 문제가 비정상적인 교육구조, 빈곤을 양산하는 사회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차별과 부당함에 맞서 노조를 만들었고, 이제는 그 노조를 인정받고 지켜 내기 위해 싸우고 있다. 기다리기라도 한 듯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현재 전체 조직대상자의 25%가 넘는 4만명이 노조에 가입했으니 놀라운 일이다.

추석 명절 중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비정규직을 100%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고, 연봉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정감사를 앞둔 미봉책이었다. 정부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그것은 기간제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10개의 교육청은 아직까지도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도 임금 등 노동조건에 대한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이미 올해 상반기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치고 "파업 불사" 결의를 다진 상태다.

지난 9월17일, 신설된 수당이 처음으로 지급되는 날, 급식실에서 조합원들을 만났다.

“오늘 월급날이잖아요. 명절휴가비 포함해서 120만원 넘게 들어왔어요.”

월급명세서를 보고 또 보는 조합원들,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이다.

“뿌듯해요. 일할 맛 나네.”

다시 청소를 시작하러 조리실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당당하다. 이렇게 노조는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 ‘선생님’이고, ‘교육주체’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한 싸움을 계속할 것이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위한 의지이고, 동료들과 함께한 약속이다. “끝까지 파업은 바라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불편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모든 조합원들이 정부의 대책을 주시하고 있다.

이제 공은 넘어갔다. 대선을 앞둔 2012년 격동의 하반기, 너도나도 비정규직 없는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현실로 만드는 힘이다. 그 힘을 현장에서부터 키워 가고 있는 학교비정규 노동자들, 그들의 함성으로 비정규직 철폐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이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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