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람  기자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위원장 김기철)가 장장 15개월간 벌인 론스타 투쟁에 이어 또 다른 질긴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초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가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경영간섭을 시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부가 하나금융지주와 올해 2월 체결한 합의의 핵심은 “향후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 후 4월께 자신들의 지역행사에 외한은행 직원들을 동원하려다 지부와 마찰을 겪었다. 지부는 이를 ‘감성통합’ 작업으로 규정하고 반발했다.

지부를 전면투쟁으로 내몬 사건은 7월에 벌어졌다. 하나금융지주가 임원 워크숍을 통해 ‘외환-하나은행 IT부문 통합운영 계획’을 드러낸 것이다. 2014년 초를 목표로 두 은행의 금리·상품체계·업무프로세스를 합쳐 비용 절감과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설명이다.

지부는 이를 5년 후 협의를 통해 논의하기로 했던 ‘은행통합’의 사전작업으로 받아들였다. 과거 신한-조흥은행을 비롯한 여러 은행들이 전산시스템 통합 이후 은행통합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지부가 전면투쟁 국면에 돌입하자, 하나금융지주는 “구형 전산시스템을 한꺼번에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라고 해명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설명이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잘 작동하던 외환은행 전산부문을 갑자기 뜯어고치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부는 집회장소를 하나금융지주와 금융위원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지만, 금융위의 요청과 국정감사 기간인 점을 감안해 잠시 계획을 보류한 상태다. 그렇다고 하나금융지주의 태도가 일순간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보수적인 언론까지 입을 모아 ‘김정태 회장의 리더십’을 운운하며 하나금융지주를 부추기고 있는 상태다.

외환은행은 기업금융과 외환업무에 경쟁력을 갖춘 은행이다. 시중은행이면서도 특수은행에 가깝다. 전체 순이익을 직원수로 나눈 1인당 생산성도 다른 은행을 압도하고 있다. 지부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강점과 경쟁력, 정체성이 희석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기업을 하나로 합치는 것은 1에 1을 더해 3을 얻기 위해서다. 지금 상태로는 2를 얻기도 버거워 보인다. 과거 국내 여러 은행들이 시너지 통합을 시도했지만 '본전'도 찾지 못한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하나금융지주 경영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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