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배당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 인하를 통해 가계·중소기업 대출부담을 덜기 위한 금융당국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국내 13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을 분석한 결과 일반 상장기업의 두 배가 넘는 사상 규모의 배당잔치가 벌어졌다"고 4일 밝혔다. 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3개 일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총 8조4천억원이었다.

이들 은행들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3조4천억원을 현금배당했다. 현금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배당성향은 40.7%에 달했다. 상장기업 평균(20%)을 두 배 웃도는 수치다.

하나은행을 제외하면 이들 은행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45.5%로 전년(38.7%)보다 큰 폭으로 올라간다. 7대 시중은행의 배당성향(하나은행 제외)도 지난해 42.1%에서 48%로 증가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배당을 하지 않는 대신 2010년 모기업인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당시 당기순이익 9천851억원의 두 배(196.3%)에 가까운 1조9천342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 1위는 영국계 SC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이었다. SC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83.3%를 배당했다. 2위는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였던 외환은행으로 66.9%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이어 NH농협은행(58.6%)과 신한은행(48.6%)·한국시티은행(47.2%)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4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국내 은행들은 터키(23.4%)·인도네시아(23.2%)·말레이시아(22.6%)·인도(25%)·러시아(28.7%) 등 주요 신흥국 은행에 비해 훨씬 높은 배당성향을 보이고 있다. 감사원도 올해 감사보고서(금융권역별 감독실태)에서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인상해 예대마진 확대로 역대 최대의 천문학적인 이자수익(39.3조)을 거뒀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문제로 온 국민이 힘겨워하는 시기에,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배당성향을 보인 것은 금융권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며 "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해 금융감독원에 은행 경영개선조치에 자본 추가·미달시 이익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제한하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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