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가 20일간의 일정으로 국정감사를 개시한다. 환경노동위원회는 8일 고용노동부를 시작으로 노동부 산하기관과 노동위원회·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등 노동 관련 기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벌인다. 예열은 이미 돼 있다. 환노위는 지난달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산업현장 폭력용역 관련 청문회를 치렀다. 국감 기간에는 양대 청문회에 불참했던 증인들을 다시 불러 따질 것이다. 다른 현안도 산적해 있다. 환노위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문제를 포함한 비정규직 문제와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를 필두로 한 산업재해, MBC 파업사태와 관련한 사안도 다룬다. 폭발 직전의 사회문제가 환노위에 집약된 모양새다. 이러니 노동자든, 사업주든 이번 국감을 바라보는 눈빛이 남다르다. 이들이 생각하는 국감 쟁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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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 증인석에 세우는 게 가장 중요"

이용마
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김재철 사장의 단체협약 위반 문제를 철저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MBC본부가 170일간 파업을 하고, 지금도 편파보도 문제로 비난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가 단협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단협에 따르면 공정보도를 훼손할 경우 당사자에 대해 노조가 문책요구를 할 수 있고, 회사가 이를 수용하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단협에 서명한 지 한 달 보름 만에 이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아울러 공영방송사 수장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김재철 사장 개인비리에 대해 규명해야 한다. 지난 2년간 법인카드를 호텔이나 여성용품 매장에서 무려 7억6천만원이나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무용가 J씨에 대한 특혜 의혹 등 규명해야 할 것이 많다.

MBC 파업사태를 장기화시킨 책임도 물어야 한다. 김 사장은 파업에 무대책 아니면 징계·해고로 일관하면서 170일이나 끌고 간 장본인이다. 김 사장은 파업 이후 노조 죽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 파업 참가자 가운데 기자·PD·아나운서 등 150여명이 아직도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시사프로그램들이 불방이거나 폐지된 상황이다. 이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증인으로 채택된 김 사장을 반드시 증인석에 세워야 한다. 현 상황이라면 김 사장은 국회를 무시하고 증인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를 떠나 국회 불출석 상황이 벌어질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불출석했다고 그냥 넘어가서는 제대로 된 국감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노조파괴 시나리오, 명명백백하게 처벌해야"

조정훈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장
상신브레이크와 창조컨설팅이 노조파괴를 위해 계획을 수립한 사실이 만천하에 폭로됐다. '직장폐쇄→용역폭력→금속노조 탈퇴·회사노조 설립'으로 이어지는 노조파괴 계획은 착실히 이행됐다. 창조컨설팅은 금속노조를 탈퇴시킨 대가로 1억원의 보너스를 챙겼다.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사용자는 법적·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노조파괴 행위에 대한 원상복구도 필요하다. 지난 2년간 공장은 지옥으로 변했다. 시간당 생산물량이 20~30% 증가했다. 회사가 '현장기초질서 지키기 운동'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노동자들을 기계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결과다. 회사는 불량이 나오면 시말서를 쓰게 하고, 근태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심한 노동강도 때문에 산재와 공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회사는 아프다고 호소하는 직원들에게 연장·특근 제외 방식으로 보복행위를 했다.

2년이 지난 요즘 상신브레이크에서 자행된 노조파괴 시도가 불법이라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상신브레이크의 공격적 직장폐쇄가 위법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노조파괴 수단으로 직장폐쇄가 악용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해고된 5명 중 4명은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앞서 8월에는 금속노조 탈퇴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도 있었다. 그런데 회사는 반성은커녕 범죄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해고자를 복직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해고자들에 대해 10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끝까지 고수하고 있다.

상신브레이크는 이미 지난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드러난 사실의 극히 일부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노조파괴 전모가 밝혀진 만큼 국정감사를 통해 책임자가 응당한 죗값을 받도록 해야 한다.

“파업 장기화 유도한 사용자 책임 물어야”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대외협력국장
오는 22일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 이상준 골든브릿지금융그룹 회장과 남궁정 전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사장이 증인 신분으로, 김호열 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다.

사측은 노조가 제기해 왔던 창조컨설팅 개입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오히려 흑색선전이라고 노조를 비방했다. 그러나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창조컨설팅 내부문건으로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개입사실이 확인됐다. 회사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창조컨설팅의 위장계열사에 수억원에 달하는 돈을 지급했다. 창조컨설팅의 자문에 따라 현행 법체계의 약점을 활용한 노조탈퇴 강요와 불법 대체근로 투입, 용역을 동원한 폭력행사까지 자행했다.

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의 파업이 4일 현재 165일째를 맞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이상준 회장과 남궁정 전 사장의 노조파괴·부당노동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전·현직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 여부와 창조컨설팅 개입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또 사태해결에 미온적인 고용노동부에게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회장과 남궁 전 사장은 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실적 올리기 국감은 이제 그만"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
국회의원의 실적 올리기 식 국감은 지양돼야 한다. 노동현장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해 해결책을 찾는 자리가 되기 바란다.

노동계 핵심 현안 중 하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문제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도입된 뒤 노조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됐다. 고용노동부는 법에도 없는 매뉴얼을 만들어 노조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올해 국감에서 이런 문제들이 세세하게 다뤄져야 한다.

어용노조 육성책으로 악용되고 있는 복수노조 조항도 살펴봐야 한다. 현재의 복수노조 제도는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확장하기는커녕 기존의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유성기업이나 SJM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창조컨설팅이나 컨택터스 같은 민간업자들이 노조파괴에 일조하며 기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지 않았을 정부가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국노총의 현안사업장인 주한미군한국인노조 문제가 다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주한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미국 본토의 공무원 임금동결 방침으로 인해 2년 연속 임금이 동결됐다.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방위비분담금에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 상당부분이 포함돼 있는데도 미군은 막무가내로 임금동결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력감축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군기지 한국인 노동자들은 노조 설립 60년 만에 처음으로 쟁의행위를 준비 중이다. 정부당국과 정치권이 이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국정감사 통한 국회의 개별기업 노사관계 개입은 자제해야”

황인철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국정감사는 기본적으로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정부가 국정운영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감사하는 것이 국정감사다. 그런데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하고 있다. 개별기업의 노사관계에 국회가 개입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정을 감사하는 데 필요하다면 기업인을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참고인으로 출석시키는 등 그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국회는 노사의 의견을 균형적으로 듣고 반영해야 한다. 19대 국회 환노위를 보면 노조 편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최근 환노위 주최로 열린 청문회에서도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기업의 최고경영진을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시도가 많은데, 이는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 국회의원들이 최고경영진을 압박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진정 실효성 있게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제대로 된 해법을 모색하려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실무진이나 그 업무의 책임자인 임원을 불러 이야기를 듣는 것이 타당하다. 최고경영자는 기업경영의 방향과 전략을 세우거나 선택하는 게 주요 업무지, 노사관계와 같은 세부적인 실무까지 일일이 챙길 수는 없다. 국회의 국정감사가 개별기업의 노사관계 개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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