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현장 폭력용역 관련 청문회는 많은 성과를 냈다. 발레오만도·상신브레이크·KEC·유성기업·SJM 등 많은 기업에서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작동된 사실을 밝혀 냈기 때문이다. 청문회의 시선은 곳곳에서 시나리오를 작성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에 집중됐다. 고용노동부도 노무법인을 긴급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성과는 있으나 뒷맛이 개운치 않다. 시나리오를 왜 만들었는지는 밝혀졌는데 그걸 시킨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는 규명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 못했다. 창조컨설팅과 컨택터스가 뭇매를 맞는 동안 사용자들은 그들 뒤로 숨어 안위를 지켰다. 창조컨설팅을 없애면 제2의 창조가 나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수요가 있으면 공급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조건준
금속노조 경기지부
교육선전부장
“노동게이트 핵심은 무소불위 기업권력”
현재 드러난 사업장 용역폭력은 기업폭력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큰 권력은 기업권력이다. 자본의 이데올로기인 시장논리에 따라 정리해고를 하고 노조원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그렇게 자본이 만든 고용게임이 판을 치고 있다. ‘해고는 살인이다’는 다른 말로 ‘고용은 생명이다’가 된다. 목숨이 돼버린 고용을 위해서 뭔 짓을 못하겠나. 자본은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놓고 개싸움을 벌이도록 강요한다. 밥그릇을 차지하기 위해 노동자끼리 서로 물고물리는 개싸움이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지영 작가는 이를 ‘의자놀이’라고 불렀다.

이런 고용게임을 벌이는 기업의 수요에 따라 생겨난 것이 창조컨설팅 같은 노조파괴 전문 컨설팅업체다. 또 기업권력이 물리적인 형태로 드러난 것이 후안무치한 용역폭력이다.

이것은 노동게이트다. 노동게이트의 열쇠는 기업권력이 쥐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현재의 경제가 독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업이 독재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말이다. 무소불위의 기업권력을 잡아야 한다. 국회 입법논쟁으로 가서 법적으로 잘 알지도 못 하는 제도 개선을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
“사측·컨설팅·정권 3박자 노조파괴 행위 엄단해야”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민주노조들이 무너지면서 그 이면에 노조파괴 공작이 있다는 얘기들이 공공연하게 있어 왔는데, 최근 SJM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실로 증명됐다. 용역들을 동원한 폭력사태의 출발점은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고 노조를 깨겠다는 발상을 가진 사측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는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사측에게 관계법령에 따라 응분의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사측의 주문을 받아 노조파괴 프로젝트를 정교하게 만들어 수십여개의 노조를 파괴한 창조컨설팅 같은 기획사들도 말 그대로 범죄행위를 한 집단이므로 단죄해야 한다.

해당 노조들로부터 노동부나 검찰·경찰이 노조파괴 문제를 도외시하고 음성적으로 노조파괴 공작을 협조하거나 관여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 노동기본권을 파괴한 사실이 드러난 해당 사업장의 지역 노동부나 정부관계기관의 책임자도 문책해야 한다. 사측·기획사·정권이 3박자로 노조를 파괴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단해야 한다.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
“민주통합당, 심장부 드러내는 것엔 주저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도 그렇고, 산업현장 폭력용역 문제도 그렇고 청문회로는 법률적인 구속력을 가지기 어렵다. 한풀이하고 몰아세울 수는 있으나 해법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노동계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통합당도 그런 사실을 알았겠지만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누구나 공분하는 일에는 몸을 섞지만 문제의 근원을 도려내는 것은 모른 척했다. 심장부를,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에는 주저한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분명하다. 용역폭력 뒤에는 자본폭력과 국가폭력이 버티고 서 있다. 용역이나 창조컨설팅 같은 노무법인은 그 하수인에 불과하다. 하수인이라도 처벌할지는 모르겠지만, 청문회를 해서 배후의 삼각동맹을 밝히지 못했다. 포괄적으로 기획하고 지시한 사용자의 책임을 묻지 않고서는 문제의 근원을 도려낼 수 없다. SJM뿐만 아니라 일련의 사태를 보면 모비스와 현대자동차에서 개입했을 여지는 크다. 회사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처벌하지 않으면 배후는 묻힐 수밖에 없다. 국정조사를 해서 사용자의 책임을 분명하게 밝혀 내야 하는 이유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산별교섭 제도화, 노조 체질강화 필요”
최근 민주노조의 잇따른 붕괴는 사측의 노조에 대한 반감과 취약한 노조의 내부구조가 맞물려 일어난 일이라고 보고 있다. 사측이 복수노조를 만들고 직장폐쇄를 하더라도 노조 내부의 단결이 강하고 버틸 힘이 있다면 노조파괴라는 시나리오는 등장할 수 없다. 사측은 복수노조와 기업별 교섭체제 강화라는 법·제도를 잘 활용했고, 노조 내부의 취약점을 공격해 노조를 무너뜨렸다. 노조는 이에 대응할 능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속된 말로 ‘살짝 찔렀는데, 푹 들어가는’ 형태로 금세 과반수노조의 지위를 빼앗기고 무너졌다.

조합원들은 98년과 2008년 두 번의 위기를 거치면서 고용과 임금에 대한 불안감이 많아졌고, 그것을 갈망하는 욕구 또한 커졌다. 노조운동 역시 사회적·정치적·계급적 단결보다는 조합원의 이익을 반영하는 형태로 활동을 펼치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로는 자본의 노조파괴에 대응할 수 없다. 경제위기는 곧 기업의 위기고, 노사화합과 상생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논리가 조합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순간 사측과 대립하거나 조합원의 권리를 찾고자 싸우는 노조는 금세 무너진다. 기업 내에서 임금과 고용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힌다.

임금과 고용문제를 기업단위가 아닌 사회나 산업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을 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다. 조합원들이 사회적 연대나 산별연대를 통해 개별기업의 도산시에도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노조로 뭉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사용자를 규제하는 것보다는 산별교섭의 의무화 등 노동자들이 산별로 뭉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
(변호사)
"사용자 책임 묻지 않으면 악순환 계속될 것"
이번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용역폭력을 행사한 업체에만 문제제기를 집중했다. 하지만 용역폭력은 자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고용하고 사주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실제 어떤 과정을 거쳐 용역을 고용하는지 연결고리가 이번 청문회에선 밝혀지지 않았다. 사용자의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으면 용역이 노사관계에 개입해 폭력을 행사하는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사용자와 함께 주무부처인 노동부에 대한 문제제기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 청문회에서 용역폭력을 방관한 경찰에 대한 질책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그 이상은 나아가지 못했다. 노동부와 경찰, 용역업체와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방조하고 심지어 협력체계를 구축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용역폭력에 대한 노동부의 책임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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