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
대학원 교수

이해가 가면서도 곤혹스러운 일이다. 안철수는 이헌재를, 문재인은 윤여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캠프로 이끌었다. 당장에 비판이 나왔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도입하고 강화하는 데 최전선에 섰던 이헌재가 왜 안철수 진영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윤여준도 비판의 날을 피할 수 없었다. 한나라당 의원 출신의 보수정객인 그가 문재인과 뭐가 맞아 그러는가라는 논란은 당연한 것이었다.

일단 통합이라는 논리에서 보자면, 보수세력 내지는 자본의 이해와 연관돼 있는 인물을 자신의 세력 내부에 들여 앉히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들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안철수나 문재인의 정치적 의지에 지지를 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는 차원에서 이들의 정체성 논란이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이나 안철수 모두 진보 내지 개혁 성향의 지지를 세력화하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윤여준·이헌재가 이런 구도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논리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들의 영입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를 넘어설 수 있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자, 그러면 모든 것이 정리되고 해결되는 것일까.

아니다. 애초부터 이들의 영입과 관련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태도는 명확하지 못한 점들이 있다. 자칫 정치공학적 선택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더 컸다.

이헌재를 선택한 이유는 이러저러하다고 정리했어야 했다. 단지 그의 지혜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운운하는 방식은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안철수 후보의 경우 노무현 시절의 사회적 양극화와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바로 그 모순의 잉태에 관련된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헌재 영입을 우리가 어떤 각도로 이해해야 된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지금이라고 확실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윤여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노회한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다. 그런 인물이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캠프에서 어떤 의미와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 문재인 후보가 설명해야 한다. 아니면, 그저 통합 행보에 필요한 도구라는 식이라면 윤여준에게도 모욕이고, 문재인 자신에게도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주는 요인이 된다.

결국 이러한 사태들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 정치가 명확한 자기 입장을 표명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지지를 모아 나가는 자세가 없기 때문이다. 지지확보를 위한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이헌재를 경제멘토로 삼고 정치를 해도 상관이 없다. 도리어 이헌재가 과거 자신의 경험에서 성찰과 반성을 하는 대목이 있어 그것이 새로운 방향 설정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거나, 또는 실물경제의 풍부한 경험을 지금의 시대에 안철수의 생각과 이렇게 또는 저렇게 결합하면 뭔가 다른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는 설명을 하라는 이야기다.

문재인이 윤여준과 함께 가도 상관이 없다. 윤여준이 가지고 있는 보수세력에 대한 관찰과 지식, 그리고 이해가 문재인이 정치를 해 나갈 때 크게 도움이 된다는 등의 설명이 필요하다. 아니면 윤여준이 이제는 박근혜 식 보수가 아니라 진보와 보수의 접점에서 새로운 국가정책을 마련하는 데 이러저러한 지혜를 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는 등 뭔가 우리에게 말끔하게 설명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 문제가 우리에게도 중요한 정치논쟁의 대상이 되고 그걸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생기고, 깎일 것은 깎이고 덧붙일 것은 덧붙여지는 정치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과정에 대한 설명과 논의가 없는 정치는 아무리 그 구조를 수평적으로 만든다고 해도 결국 수직적 소통의 구도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이헌재·윤여준의 문제는 단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정체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안철수·문재인 두 후보의 정치방식의 본질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또는 결정했으니 지지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겠지 하는 것은 오만의 뿌리가 될 수도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은 거듭 겸손하고, 함께 논의해 나가는 노력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 (globaliz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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