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가 기업 대출을 전제로 다른 금융상품 가입을 요구하는 이른바 ‘꺾기’ 관행에 대해 관련자 처벌보다는 성과주의 지양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를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은행노동자들의 꺾기 영업이 시스템 미비와 과도한 성과배분의 결과물인 만큼 책임을 묻기보다는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가 이러한 요구에 나선 것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7월부터 두 달간 8개 시중·지방·특수 은행을 상대로 벌인 ‘금융상품 구속행위(꺾기)’ 실태조사에서 상당수의 위반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7개 은행에서 총 943건의 꺾기 영업이 발생했고, 이를 통해 수취한 구속성 예금은 330억원에 달했다. 700여명의 은행원이 관여됐다. 현행 은행법은 차주의 의사에 반하는 예금 가입을 강요하는 것을 불공정 영업으로 보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은행 5천만원 이하, 임직원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감원의 지시에 따라 해당 직원들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수위를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반발하는 이유는 기업금융을 둘러싼 여러 환경변화와 전산 시스템상의 문제를 감안하지 않고 금융당국이 책임을 묻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꺾기가 성행할 때와 달리 지금은 은행 간 자금공급 경쟁이 치열해 대출을 볼모로 다른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기업이 대출과 다른 상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려 했을 때 꺾기에 해당하는지를 전산시스템으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꺾기 발생의 근본원인이 과도한 성과주의에 있다고 보고 있다. 대출을 포함한 여러 금융상품에 대한 과도한 판매경쟁 때문에 은행원들이 상품의 구속성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영업에 내몰린다는 것이다.

장장환 부위원장은 "은행 자금이 부족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 기업에 대한 대출경쟁이 생기면서 고의적인 꺾기는 사라진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은 이를 감안해 처벌보다는 구속행위를 가려낼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과당경쟁을 제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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