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기자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다"는 괴담이 사실로 확인됐다. 발레오만도·상신브레이크·KEC·유성기업·SJM 등에서 활약한 창조컨설팅이라는 '노조파괴 청부업자'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노동계는 이 같은 사실에 치를 떨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현장 폭력용역 청문회'(24일)가 끝난 25일부터 창조컨설팅이 위치한 서울 문래동3가 앞에서는 연일 노동자들의 규탄집회가 열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6일 개업 노무사와 노무법인 83곳에 대해 긴급점검을 벌이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반응은 싸늘하다. 노동부 역시 창조컨설팅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충격적인 것은 공격적 직장폐쇄와 사업장의 용역경비 폭력사태, 그리고 민주노총 탈퇴와 친기업 성향의 복수노조 설립이 모두 사전에 철저히 기획된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 같은 노조파괴는 2010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이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노조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조법마저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면서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진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노동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사용자가 손쉽게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 돼 버렸다.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노조파괴 기술자를 고용하거나 노무전문업체에 의뢰해 노조원을 줄일 수 있다. 아예 노조를 없앨 수도 있다. 사용자로부터 거액을 받은 용역경비업체는 불법적인 폭력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게다가 친기업 성향의 복수노조는 사용자를 대신해 기존노조 조합원을 포섭하고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척척 해낸다.

성난 노동계는 창조컨설팅의 노무법인 허가를 취소하고 심종두 대표를 구속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용자와 창조컨설팅, 용역경비업체로 이어지는 '노조파괴 삼각동맹'뿐만 아니라 노동부·경찰로 이어지는 검은 커넥션을 확인하기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은폐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하지 않고 노조파괴 수사의 초점이 창조컨설팅과 그 배후로 맞춰진다면 노조파괴는 계속될 것이다. 또 다른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등장해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노동자를 위협하게 될 공산이 크다.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명단만 놓고 봐도 걱정스럽다. 여야는 자동차 부품사 노조파괴의 꼭짓점에 있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부르지도 못했다. 창조컨설팅이라는 깃털만 잡고 변죽만 울려서는 안 된다.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동 관련 제도 전반을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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