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의 노동문제에는 비정규직·간접고용·불안정노동·여성·청년 노동문제가 함축돼 있어요. 유니온 활동이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져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합니다."

나도원(39·사진) 예술인 소셜 유니온 설립 공동준비위원장은 지난 20일 저녁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예술인 개인의 생존권 확보를 넘어 사회적 공공성을 확대해 나가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문화산업 구조와 정책 기조를 바꾸는데 나서겠다는 얘기다.

예술산업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산별노조 설립 준비가 한창이다. 고 최고은 작가의 사망 1주기를 맞아 지난해 12월 열린 '밥 먹고 예술하자'는 토론회에 이어 올해 3월 준비운영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다음달에는 유니온 설립 준비위원회가 발족한다. 유니온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나도원 공동준비위원장은 음악평론가로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지난 95년부터 7년간 밴드활동을 했다.

나 위원장은 유니온 설립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인식 전환을 꼽았다. 그는 "현행 근로기준법은 대부분의 예술인을 근로자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기존 체제를 넘어 예술인을 노동자로 인정하게 만드는 인식 전환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유니온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예술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있다. 미국에서는 미국방송예술인노조가 있어 제작자와 예술인이 계약을 맺는다. 이 때 예술인의 권리가 지켜지도록 만든 노조 동의서에 의무적으로 서명해야 한다. 유럽은 다양한 기초생활 보장제도를 통해 예술인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다. 선진국이 예술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있는 사례라는 게 나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예술의 사회적 기여로부터 자유로운 사회 구성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사회가 예술로부터 가치를 얻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회가 누리는 예술적 산물에 대해 최소한의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위원장은 유니온의 교섭 상대로 정부를 지목했다. '최고은 법'으로 불리는 예술인 복지법이 오는 11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예술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예술노동자들이 생활의 불안정함을 보완하기 위해 강력하게 요청했던 고용보험 적용은 이번에 빠졌다. 화가나 작가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예술인 복지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나마 정부가 발표한 산재보험도 100% 본인 부담에, 가입도 본인의 선택에 맡겨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유니온은 예술인 복지법 개정과 간접고용 금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예술인 기본소득제와 예술인 복지세 도입을 대선 캠프에 제안할 예정이다.

나 위원장은 "처음에는 조직에 대한 거부감이 많아 노조 설립이 잘 될지 걱정했는데 지금은 현장이 너무 열악하다 보니 등 떠밀려 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예술 산업구조 재편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법체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고용관계를 반영하지 못해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 노동의 형태가 많아질 것"이라며 "유니온을 통해 현행 법·제도를 개선한다면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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